디펜딩챔프 데이, 세계랭킹 3위 스텐손, 6위 로즈 첫날부터 줄줄이 패하는 "이변 속출"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마스터스 챔프' 조던 스피스(미국)는 매치플레이에도 강했다.
30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하딩파크TPC(파71ㆍ7115야드)에서 열린 월드골프챔피언십(WGC)시리즈 캐딜락매치플레이(총상금 925만 달러) 예선 1라운드에서 미코 일로넨(핀란드)을 4홀 차로 대파해 기분좋게 출발했다. '新골프황제'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대진운 덕분에 1승을 건졌다. 제이슨 더프너(미국)의 자멸이 도움이 됐다.
디펜딩챔프 제이슨 데이(호주)는 그러나 찰리 호프만(미국)에게 4홀 차로 어이없이 패해 2연패 도전에 적신호가 켜졌다. 세계랭킹 3위 헨리크 스텐손(스웨덴)은 존 센던(미국)에게, 6위 저스틴 로즈(잉글랜드)는 마크 레시먼(호주)에게, 9위 애덤 스콧(호주)은 프란체스코 몰리나리(이탈리아)에게 각각 덜미를 잡히는 등 매치 특유의 이변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스피스는 이날 5, 6, 8번홀 버디로 순식간에 3홀을 앞서는 등 초반 스퍼트가 돋보였다. 일로넨이 9, 11번홀의 징검다리 버디로 2홀을 만회하자 12, 13번홀에서 연속버디를 솎아내는 등 좀처럼 틈을 주지 않았다. 16번홀(파4)이 결국 마지막 홀이 됐다. 스피스의 버디, 일로넨은 지난해 볼보월드매치에서 우승한 '매치의 제왕'이라는 애칭이 무색하게 됐다.
스피스의 스코어카드는 16개 홀에서 버디 7개와 보기 1개로 6언더파, 스트로크플레이로 따져도 충분히 위력적인 샷을 과시했다. 스트로크와 매치, 종목을 가리지 않고 폭발적인 공격력을 보유한 셈이다. "12, 13번홀을 연거푸 잡고 3UP으로 앞서면서 여유가 생겼다"며 "최근 공이 잘 맞지 않아 인스트럭터와 함께 집에서 연습한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했다.
매킬로이는 반면 첫 홀인 1번홀(파5)에서 딱 1개의 버디를 잡은 게 전부였다. 더프너가 3, 8, 9, 10, 14번홀에서 5개의 보기를 쏟아내면서 5개 홀을 상납했다. "파를 무려 13개나 하는 등 최고의 게임을 펼치지 못했다"는 매킬로이는 "더프너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고 분석하며 "매치플레이는 상대에 맞게 대응을 하는 것이 중요하고, 승리를 했다는 점에 만족한다"고 위안을 삼았다.
현지에서는 데이의 참패도 빅뉴스가 됐다. 지난해 빅토르 뒤비송(프랑스)과 23번째 홀까지 가는 명승부를 펼쳐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선수다. 이후 손가락 부상으로 고전하다가 지난 2월 파머스 우승으로 부활에 성공했다. 하지만 호프만의 기세를 막지 못했다. 11, 12번홀의 연속버디로 포문을 연 뒤 데이의 13번홀(파4) 보기로 3홀 차로 달아났고, 14번홀(파4) 버디로 곧바로 쐐기를 박았다.
데이에게는 다행히 아직 기회가 남아 있다. 올해부터 예선에 '조별 리그'가 도입됐기 때문이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는 바로 데이 같이 우승후보가 1회전에서 탈락하는 참사를 막기 위해 축구의 월드컵처럼 4명으로 편성된 예선에서 3일 동안 서로 다른 3명의 선수와 플레이하는 방식을 가미했다. 데이는 7그룹의 나머지 2명(잭 존슨, 브랜든 그레이스)을 모두 이길 경우 16강에 진출하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스텐손은 65번 시드의 센던에게 19개 홀을 치르는 접전 끝에 1패를 당해 쓴 맛을 봤다. 지난 27일 끝난 취리히클래식에서 시즌 첫 승을 일궈내 2주 연속 우승을 바라보고 있는 시점이라는 대목에서 더욱 아픔이 컸다. 로즈는 60번 시드의 레시먼에게 3홀 차로, 스콧은 70번 시드의 몰리나리에게 5홀 차로 완패했다. 주최측이 우려했던 이른바 '하위권의 반란'이 시작됐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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