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 경찰의 총기 관리가 허술하다며 수뇌부를 비판한 글을 내부 게시판에 올린 경찰공무원에게 감봉 징계를 내린 처분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경란 부장판사)는 경위 직급의 경찰공무원 A씨가 소속 경찰서장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4월 경찰 내부 게시판에 실탄을 발사할 수 있는 예술소품용 총기가 '기타 장약총'으로 분류돼 지방청장 허가로 쉽게 수입되는 실태를 비판한 글을 올렸다가 징계위원회에 넘겨져 감봉 1개월 처분을 받았다.
A씨는 이 글에서 '지휘부가 불의 앞에서 진급과 자리 때문에 엄청난 진실을 외면'했다거나 '전 지휘부가 로비에 넘어가…' 등의 문구와 함께 비속어 표현을 쓰기도 했다.
경찰은 "총기 관련 허가 규정이 이미 명문화된 내용임에도 마치 지휘부가 어떤 비리에 연루된 것처럼 느끼게 하고 절차대로 업무를 처리한 당사자들이 불법을 저지른 것처럼 조롱했다"는 등의 이유로 징계 의결을 요구했다.
A씨는 소장에서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자 하는 게시판의 취지에 어긋나고 감찰권과 징계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원고가 이 글을 게시판에 올리게 된 경위를 보면 비록 표현이 다소 부적절한 측면이 있기는 하나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가 2010∼2011년 군사용 총기를 수입하는 업자를 수사하면서 지방경찰청장 허가로 영화소품용 권총·소총·기관총 등이 수입되는 관행을 발견하고 문제점을 바로잡고자 이런 글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A씨가 총기 수입 사건 수사 과정에서 지휘부와 의견이 맞지 않아 수사업무에서 배제된 점도 참작됐다.
재판부는 "경찰 지휘관은 사회 전반에 걸친 다양한 권한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으므로 적어도 그 중 수사기능을 집행하는 사법경찰관리에 대한 지휘권이나 인사·징계에 관한 재량권은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업무상 지휘권이나 인사·징계 권한을 광범위하게 해석하면 경찰 지휘관 의견이 그대로 수사에 관철될 우려도 있다"며 "사법경찰관리가 수사와 관련해 게시판 등에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기회를 보장해주는 게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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