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개벽 창간호 등 희귀자료 전시… 이길여 이사장이 사비 들여 수집, 2만여점의 창간호 보유
[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우리나라에서 발간된 정기간행물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려 눈길을 끌고 있다.
가천문화재단(이사장·이길여 가천대 총장) 산하 가천박물관은 ‘2015 세계 책의 수도 인천’ 개막을 맞아 22∼24일 인천 송도컨벤시아 1층 로비에서 ‘한국 신문·잡지 창간호 기획전’을 열고 있다. 100여년도 넘는 신문·잡지 창간호 원본이 일반에 공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에 전시되는 주요 창간호는 한국 근대잡지의 효시인 ‘소년(1908)’, 최초의 문학동인지 ‘창조(1919)’, 종합잡지를 표방한 ‘개벽(1922)’, 일제강점기에 창간돼 민족문화의 명맥을 이은 ‘한글(1927)’, 일제의 황국신민화정책에 반대해 폐간 당한 ‘문장(1939)’ 등 희귀자료들이다.
또 소파 방정환 선생이 주재해 창간된 중학생 대상 잡지 ‘학생(1927)을 비롯해 ‘학원’(1952), ‘소년중앙’(1969), ‘월간우등생’(1976) 등 중·장년층이 어린시절 접했던 잡지의 창간호도 전시된다. 아울러 ‘시일야방성대곡’의 장지연 선생이 사장을 역임한 황성신문의 초창기 신문(1900년 3월27일자)도 볼 수 있다.
이밖에 인천에 있는 유일한 국보인 ‘초조본유가사지론 권 제53(국보 제276호)’도 함께 전시된다.
가천박물관은 창간호 자료를 소장 용도로 보유하고 주로 사진과 이미지를 박물관에서 전시해 왔지만 이번 세계 책의 수도 행사를 맞아 국내 최초로 공개하게 됐다고 밝혔다.
가천박물관은 1995년 설립 이후 이길여 가천문화재단 이사장이 사비를 들여 수집한 자료들과 각계각층의 기증으로 현재 2만여점에 달하는 방대한 창간호를 보유하고 있다. 1997년에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창간호를 보유한 박물관으로 한국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이길여 이사장의 영향이 컸다.
이 이사장은 1970년대 남루한 차림의 노인이 찾아와 자신이 갖고 있는 고서를 사달라고 요청을 하자 안타까운 마음에 전시회를 열어 판매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줬으나 성과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귀중한 자료들일지도 모르는 이 고서들이 다른 곳에 쓸모없이 방치될 것이 걱정됐던 이 이사장은 당시 거금 3000만원을 주고 고서를 모두 구입했다.
이같은 일들이 몇차례 반복되면서 이 이사장은 박물관을 세워 체계적으로 자료들을 소장, 관리하게 했고 이것이 오늘날의 가천박물관에 이르고 있다.
한국 의료생활사를 조명하기 위해 설립된 가천박물관은 국보 1점과 보물 14점, 인천시 유형문화재 3점을 포함해 5만5000여점의 역사자료를 소장하고 있다. 이는 인천시에 있는 전체 국가지정문화재의 50%가 넘는다.
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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