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보배, 양궁 국가대표 2차 평가전서 3위 덴마크 세계선수권 출전권 따내
"AG 해설하면서 재도약 다짐했죠"
[보은=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숨 돌릴 틈 없이 상경했어요. 벌써 졸려요."
기보배(27ㆍ광주광역시청)가 돌아왔다. 양궁 여자 리커브 국가대표 1진에 선발돼 21일 태릉선수촌에 들어갔다. 1년여 만에 돌아온 곳에 꽃이 만발했다. 그러나 감상에 젖을 여유가 없었다. 짐을 풀자마자 활 등 장비를 점검하고 훈련준비를 했다. 졸음이 쏟아졌다.
기보배는 20일 충북 보은공설운동장에서 오후 여섯 시까지 국가대표 2차 평가전을 했다. 결과를 확인하자마자 소속팀 광주광역시청으로 돌아갔다. 새벽까지 짐을 쌌고 잠시 눈을 붙인 뒤 태릉선수촌으로 향했다. 기보배는 지난달 23일 3차 국가대표 선발전을 마치고 입촌하지 않았다. 당시 1위로 태극마크를 달았지만 광주광역시청에 머물면서 국가대표 평가전을 준비했다. 그는 "재정비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동안 해온 방식을 고수하고 싶었다"고 했다.
기보배는 지난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 인천아시안게임에 참가하지 못했다. 대신 방송 해설가로 현장을 경험했다. 사대에서 물러나 한 발 뒤에서 지켜본 경험은 더 없이 소중했다. 그는 "경기를 해설하면서 반성을 많이 했다. '내가 저 자리에 있어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들어 스스로를 채찍질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래서 광주광역시청으로 돌아가 훈련에 전념했다. 특히 체력을 키우기 위해 많이 달렸다. 운동장이나 체력단련실에 있는 트레드밀 위를 달리면서 하체를 단련했다. 기보배는 "정말 독하게 준비했다. 그때 생긴 근성이 이번 국가대표 평가전에서 발휘된 것 같다"고 했다.
사실 이번 평가전에서 컨디션은 그리 좋지 않았다. 자신도 모르게 자세가 흐트러져 화살이 생각보다 많이 빗나갔다. 소속팀의 박채순(50) 감독으로부터 조언을 들을 수도 없었다. 그는 국가대표 남자부 감독을 맡아 여자부 사대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았다. 주위의 오해를 살까 우려했기 때문이다. 박 감독은 "멀리서 눈대중으로 과녁을 볼 수밖에 없었지만 기보배라서 믿을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1차 평가전이 끝나고 한 박자를 쉬어 가자고 했다. 4등을 해도 국제대회에 참가할 수 있으니 마음을 가볍게 먹으라고 했는데 잘해줬다"고 했다.
기보배는 1차 평가전에서 4위, 2차 평가전에서 3위를 해 합계 11점으로 3위를 했다. 1차전에서 1위, 2차전에서 6위를 한 장혜진(LH)과 동률을 이뤘지만 기록합계에서 2.94점을 앞섰다. 기보배는 826.76점, 장혜진은 823.82점을 받았다. 상위 3위까지 참가하는 덴마크 코펜하겐 세계선수권대회(7월 26일~8월 2일) 출전권을 챙겼다. 그는 "세계선수권 개인전에서 아직 메달이 없는데 기회가 왔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앞두고 국제대회를 경험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기회를 전초전으로 생각하겠다"고 했다.
임무는 또 있다. 그는 2011년에 이어 또 한 번 대표팀의 맏언니가 됐다. 단체전까지 생각해야 하는 양궁에서 매우 부담스러운 자리다. 기보배는 "함께 선발된 최미선(19ㆍ광주여대)과 강채영(19ㆍ경희대)이 많이 어리다. 선배들이 해온 대로 팀워크를 다져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상하이 월드컵 1차 대회(5월 5~10일) 전까지 컨디션을 다시 끌어올려야 한다. 보름이면 충분하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기보배 프로필
▶생년월일 1988년 2월 20일 ▶체격 168㎝ 56㎏
▶출신학교 안양서초-안양서중-안양성문고-광주여대
▶가족관계 아버지 기동연(66) 씨와 어머니 김남연(61) 씨의 2남1녀 중 막내
▶수상경력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 2011년 세계양궁선수권 단체전 동메달, 2011년 프레올림픽 개인전 동메달·단체전 금메달, 2011년 하계유니버시아드 혼성전 금메달·개인전 금메달·단체전 금메달, 2012년 런던올림픽 단체전 금메달·개인전 금메달, 2013년 세계양궁선수권 혼성전 금메달·단체전 금메달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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