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동조합 KBS 본부 "총리 구하기 위해 해설까지 바꾸나" 성명서 발표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KBS 보도본부장이 해설위원에게 이완구 국무총리와 관련된 해설을 두고 수정 지시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내부 반발에 휩싸였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이하 KBS 본부)는 20일 '총리 구하기 위해 해설까지 바꾸나? 조대현 사장은 강선규 보도본부장을 엄중 문책하라'는 성명서를 내놓았다.
KBS 본부는 성명서를 통해 "지난 17일 KBS 1TV 아침 메인뉴스인 '뉴스광장'의 뉴스해설 코너에는 '이 총리 결단해야'라는 제목으로 A 해설위원의 뉴스해설이 나갈 예정이었다"며 "방송 전날 녹화까지 모두 마친 이 해설은 결국 이날 방송을 타지 못했고 이날 '뉴스광장' 해설은 제목과 원고가 바뀐 채 B 해설위원의 뉴스해설이 나갔다"고 밝혔다.
KBS 본부 측은 "공영방송 KBS 뉴스에서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또 다시 벌어졌고 지난 1월 총리 후보자였던 이완구 씨에 대한 검증 기사 삭제를 지시했던 강선규 보도본부장이 이번에는 이완구 총리에 대한 뉴스해설의 수정을 요구해 바꾼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설이 바뀐 자초지정에 대해 KBS 본부 측은 "대통령이 새누리당 대표를 만나 총리 거취 문제를 '다녀와서 결정하겠다'라고 말한 방송 전날 저녁 8시가 넘어서 강선규 보도본부장이 해설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당초 방송 예정이던 해설의 '제목과 클로징이 아직 이 시점에서는 빠르다'며 수정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당초 녹화됐던 해설은 "당장은 대통령의 해외 순방으로 앞으로 열흘간 총리가 그 직무를 대행하는데 자신의 코앞에 닥친 현안들 때문에 과연 국정이 눈에 들어올지 걱정입니다. 무엇보다 본인의 용단이 필요한 시점입니다"라는 내용이었다.
KBS 본부 측의 주장을 보면 강 본부장은 '3천만 원 수수 여부가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데 검찰 수사 결과도 안 나왔는데 물러나라고 하는 것은 여론재판해서 나가라는 것으로 사퇴 요구가 시기적으로 빠르다'며 해설 내용의 수정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에 당초 녹화됐던 해설을 빠지고 강 본부장의 수정 요구에 따라 '국정혼란 우려된다'는 제목으로 B 해설위원의 해설이 방송됐다. 그 내용은 "이완구 총리는 무언의 메시지를 잘 새겨야 할 것입니다. 대통령이 나라를 비운 동안 흔들림 없이 국정을 잘 이끌어줄 것과 온갖 의혹에 자신이 있다면 더욱 떳떳하고 당당하게 풀라는 뜻일 겁니다"라는 해설로 탈바꿈했다는 게 KBS 본부 측의 주장이다,
KBS 본부 측은 "'뉴스해설'은 해설위원실 회의를 통해 주제와 내용을 정하고 해설위원이 하는 '뉴스해설'은 개인의 주관적 견해를 피력하는 자리가 아니라 회의를 통해 합의된 해설위원실의 입장을 밝히는 자리"라며 "총리의 거취 표명을 촉구한 이날 해설도 이 같은 절차를 통해 결정된 것이었고 이런 사실을 해설위원실장은 강 본부장에게 설명했는데도 강 본부장은 수정 요구를 굽히지 않았던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KBS 본부 측은 "뉴스 해설 수정 요구와 더 나아가 수정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해설까지 교체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우리는 이 같은 사태를 명백한 'KBS 방송편성규약' 위반이자 심각한 공정방송 저해 행위라고 규정한다"로 비난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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