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일정만 소화…'아직은 사퇴 결심할 단계 아니다' 판단
[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이완구 국무총리가 인생에서 가장 긴 일주일을 맞았다.
이 총리는 전날 박근혜 대통령의 남미 순방 출발 이후 첫 외부일정인 4·19혁명 기념식에 참석한 데 이어 20일 장애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하는 등 공식일정을 소화한다.
이 총리는 4·19혁명 기념식을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정치권의 사퇴압박에 대해 "대통령께서 안 계시지만 국정이 흔들림 없이 가야 한다"면서 "국정을 챙기겠다"고 말했다.
이는 박 대통령의 순방기간 중 국정공백 사태를 막기 위해 총리직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힌 것이다. 특히 박 대통령이 "다녀온 뒤 (총리 거취문제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 총리로서는 대통령의 뜻을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총리는 21일 이후에도 국무회의, 과학의 날 기념식, 사우디아라비아 석유부장관 접견 등 공식일정 외에는 별다른 일정을 잡지 않고 있다.
국무조정실 고위관계자는 "여러 문제로 정국이 시끄러운 만큼 공식일정 외에는 가능한 조용하게 움직이려고 한다"면서 "검찰 수사 등 여러 상황을 살피고 있다"고 전했다. 이 총리는 전날 행사장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만나서도 별다른 인사 없이 악수만 했다.
이 총리는 '성완종 리스트'가 수면위로 떠오른 이후 잇따른 의혹 제기에 대해 답답한 심정을 측근들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자신의 억울함을 강조하기 위해 정확하지 않은 기억을 바탕으로 답변을 하면서 '말바꾸기', '거짓말 논란'으로 번진 것에 대해 안타까워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총리가 공식일정 외에 사실상 칩거와 같은 낮은 행보를 보이는 것도 '말 한 마디가 예기치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사퇴 여부에 대해서도 '아직은 사퇴를 결심할 단계가 아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측근이 전했다. 한 측근은 "지금 정치권의 공방과 언론 보도가 진실을 규명하는 과정이긴 할테지만 고인(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남긴 메모 외에 어느 것도 분명한 것은 없다"면서 "지금 상황은 사퇴를 결심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주장했다.
한편, 검찰은 성 전 회장의 휴대전화 착발신 내역을 분석해 지난해 3월부터 숨지기 직전까지 이 총리와 210여 차례 전화통화를 한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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