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코스피가 3년8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으면서 이제 시장의 관심은 2100선 돌파에 쏠리고 있다.
13일 오전 코스피지수는 추가 상승하면서 2090선을 돌파했다. 다음 고지는 2011년 7월 마지막으로 봤던 2100선이다.
일단 분위기는 좋다.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상향 조정한 것이 투심에 영향을 미쳤고 증권, 화학, 에너지 등 호실적이 예상되는 종목들이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과거라면 유가급락과 동시에 주가가 흔들렸던 에너지, 화학, 조선은 국제유가 급락에도 건재했다. 지난 8일(현지시간) 국제유가가 6.1%나 폭락했지만 에너지(+0.11), 화학(+2.34%), 조선(+0.62%) 등은 강세를 이어갔다.
대외변수보다 실적 턴어라운드 기대감이 반영된 덕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업종별 수익률을 보면 1위가 증권, 2위 조선, 화학, 건강관리, 에너지 순인데 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분기별 영업익 전망치가 모두 상향조정됐다는 것"이라며 "앞으로 글로벌 유동성, 정책 모멘텀(통화정책·경기부양책)이 받쳐준다면 실적기대감-수급 개선-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업종별 선순환구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국인의 순매수 행진이 이어지는 것도 지지부진하게 박스권 상단을 맴돌던 과거와 다른 점이다. 올해 2월 이후 코스피 상승의 주된 수급 주체는 단연 외국인이었다. 외국인은 올해 코스피시장에서 3조7288억원을 순매수했다. 지난 2월13일 이후로는 4조4504억원 순매수에 나섰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장전략팀장은 "2011년엔 금융위기의 리스크가 잔존해 있는 유로존 등에서 시장의 눈치를 보는 정책과 재정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사후조치적 정책의 성격이 강했다면 최근엔 유럽 같은 경우는 본격적인 경기부양 카드를 꺼내들었고 중국은 일대일로 전략 등 아시아권의 경제를 묶어서 투자를 늘리는 분위기"라며 "과거 박스권을 뚫지 못했던 건 2050선에서 외국인이 매수를 중단하면서 외국인 매수 중단, 코스피 하락 등의 패턴이 나타났기 때문인데 지금처럼 대외환경이 받쳐주는 유동성 장세라면 2100선을 뚫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달 말부터 외국인의 순매수 강도가 간헐적으로 약화되는 모습은 불안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금리는 오히려 2011년보다 우호적인 상황이다. 2011년 이맘때 시중금리는 3.00%(3~5월)였던 반면 현재 금리는 1%대다. 금리인하효과로 시중 유동성이 증가하면서 뭉칫돈이 증시로 유입되고 있다. 이는 거래대금 증가로 알 수 있는데 코스피가 6조4000억원을 넘어서고 코스닥까지 합한 전체 거래대금은 4월8일 이후 10조원을 넘어서며 2012년 9월14일(12조3970억원)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증시 주변 자금인 머니마켓펀드(MMF) 규모도 110조원을 넘어서고 있고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도 48조원을 넘어서는 등 언제든 증시에 유입될 수 있는 대기성 자금도 계속 불어나고 있다.
실적 역시 증시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지난주 삼성전자는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잠정실적을 발표했고, 최근 지수를 이끌고 있는 증권, 건설주에 대한 실적 전망도 밝다.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갤럭시S6가 삼성전자에 대한 우려감을 불식시키면서 정보기술(IT) 대형주뿐 아니라 증권, 건설주가 제일 좋고 산업재인 화학, 정유, 조선, 기계 등 대형주들에도 훈풍이 불 것"이라면서 "외국인 수급, 글로벌 유동성, 기업 실적 등에 따라 연내 2250까지 가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물론 변수는 있다. 달러강세와 유가급락이다. 류 팀장은 "코스피의 박스권 돌파에 제한요인으로 작동했던 2000선과 주식형 펀드 환매 추세는 이미 반복된 학습효과"라면서 "현재 40달러 중반에서 50달러 초반대를 왔다갔다하는 유가가 40달러 밑으로 급락할 경우 지수 상승을 가로막는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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