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이완구 국무총리가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취임 2개월을 앞두고 정국을 강타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자살과 그의 메모지에 이 총리의 이름이 오르면서 그는 복잡한 상황에 빠졌다. 특히 성 전 회장이 해외자원개발 비리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강조해온 이 총리에 대한 섭섭한 마음을 측근들에게 여러 차례 밝힌 것으로 드러나면서 또 다른 갈등의 중심에 놓였다.
이 총리의 지역기반인 충청권에서 성 전 회장에 대한 동정여론이 형성되고, 그 화살이 이 총리를 향하는 듯한 분위기 때문이다. 충청권의 민심이반은 올해 안에 국정과제 30개를 직접 챙기겠다며 '책임총리'로서의 의지를 다져온 이 총리에게는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이 총리는 '성완종 메모'가 공개되자 즉각 "성 전 회장과 가까운 사이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고, 메모지에도 다른 인사와는 달리 이름만 올랐을 뿐 금액이 적히지 않았다. 이 총리와 성 전 회장은 이 총리의 말대로 친분이 깊지 않고 오히려 껄끄러운 관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성 전 회장은 이 총리가 충남지사로 있을 당시, 충남도가 발주한 사업에서 경남기업 컨소시엄이 탈락하자 충남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후 이 총리는 성 전 회장의 주도로 만들어진 충청권 핵심인사들의 모임 '충청포럼'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두 사람의 편치 않았던 관계는 성 전 회장의 측근들과 지역사회의 불만으로 이어졌다. 이기권 전 새누리당 충남도당 대변인은 12일 기자회견을 갖고 "이 총리가 이용희 태안군의회 부의장과 김진권 전 태안군의회 의장에게 각각 12통과 3통씩 전화를 걸어 성 전 회장과 '무슨 얘기를 했느냐'고 캐물었다"고 주장했다.
이 부의장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성 전 회장이 이 총리의 이름을 여러 차례 언급하면서 섭섭함을 토로했다"고 밝히자, 이 총리가 직접 전화를 걸어 따졌다는 것이다. 이 전 대변인은 "이 총리는 이 부의장에게 '왜 언론사에 그런 제보를 했느냐'고 짜증을 냈고, 대화 내용을 밝히기를 거부하는 김 전 의장에게는 '지금 5000만 국민이 시끄럽다. 내가 총리니까 나에게 얘기하라'고 고압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말했다.
이 전 대변인이 이 총리에 대한 불만을 터뜨린 것은 지역사회에서 성 전 회장의 자살에 대한 동정여론이 형성된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 총리가 인사청문회에서 어려움에 처했을 때 등 충청권이 도움을 줬는데 같은 지역민에게 너무 한 것 아니냐는 분위기도 읽힌다. 이 총리를 적극 지지해온 충청권의 묘한 기류 변화는 이 총리의 국정수행에도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취임 이후 급상승한 지지율을 바탕으로 여권의 잠룡으로 떠오른 이 총리가 이번 사태의 또다른 변수로 작용할 충청권 민심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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