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오주연 기자]재계는 10일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자살 소식에 충격과 당혹감을 금치 못하고 있다. 자원외교 관련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기업인이 목숨을 끊은 데 대해 대체로 말을 아끼면서도 자살 배경과 파급 효과 등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웠다.
재계 관계자는 "성 전 회장의 사망에 애도를 표한다. 사망 배경이나 검찰 수사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지 못해 언급하기 어렵다"면서도 "무일푼으로 시작해 대기업을 일군 경영자가 검찰 수사를 받다가 자살한 것이 더욱 애석하고 안타깝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재계에선 성 전 회장의 사망이 최근 검찰과 국세청, 공정위 등 권력기관의 대기업에 대한 전방위 사정과 무관치 않다는 시각도 있다. 성 전 회장의 자살 배경에 대한 무성한 추측과 함께 정치적 사건으로 인한 희생이라는 주장도 있다. 사정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한 대기업 관계자는 "검찰이 성 전 회장을 전 정권과 연결시키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면서 "오죽했으면 자살이라는 선택을 했을까 싶어 이번 사건을 보는 기업 내부 분위기도 암울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대기업 임원은 "한번이라도 검찰에 불려간 기업인들은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면서 "피조사자의 입장에서 볼 때 검찰의 조사는 폭행이나 폭언이 없어도 조사를 받는다는 그 사실 자체가 생을 포기할 만큼 겁이 나고 견디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성 전 회장이 느꼈을 극도의 스트레스와 좌절감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지만 억울함과 결백을 주장한 만큼 법정에서 더 강하게 싸웠으면 어땠을까 하는 안타까움도 있다"고 말했다.
성 전 회장의 사망이 사정 정국의 분위기를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사정 대상에 오르거나 수사를 받고 있는 일부 기업들 사이에서는 정치권과 정부의 사정 강도가 약해질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기대감도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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