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챔 브리즈번전 30m 프리킥 쐐기 골
최근 5경기 왼발로만 4골 2도움…팀 상승세 이끌어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염기훈(32)의 왼발은 프로축구 수원삼성의 '승리 공식'이다. 한층 정교해진 주 무기로 시즌 초반부터 공격 포인트를 쌓으면서 팀의 오름세를 주도하고 있다.
염기훈은 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브리즈번 로어(호주)와의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G조 리그 4차전 홈경기에서 왼발 프리킥으로 한 골을 넣어 3-1 승리를 이끌었다. 후반 19분 벌칙구역 오른쪽 모서리 약 30m 거리에서 왼발로 감아 찬 슈팅이 상대 수비수 키를 넘어 골대 오른쪽 구석에 꽂혔다. 빠르고 크게 휘며 날아간 공을 향해 골키퍼 제이미 영(30)이 힘껏 몸을 날렸으나 손이 닿지 않았다. 그의 프리킥을 막아야 한다고 경계하던 프란스 티센 브리즈번 감독(63)도 "훌륭한 선수다. 왼발로 공을 차는 실력이 뛰어나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염기훈의 왼발은 최근 물이 올랐다. 지난달 14일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2라운드 홈경기(2-1 승)에서 결승골을 넣은 뒤 정규리그와 AFC 챔피언스리그를 포함 다섯 경기에서 4골 2도움을 올렸다. 팀 내 득점 1위. 연속 공격 포인트와 함께 모든 득점과 어시스트를 왼발로 기록했다. 골키퍼와 수비수가 쳐내기 어려운 궤적으로 날아오는 그의 슈팅과 크로스는 상대에게 공포의 대상이자 팀 동료에게는 든든한 득점원이다.
서정원 수원 감독(45)은 "염기훈이 경기마다 공격 포인트를 올려 팀이 좋은 분위기로 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뿌듯해했다. 수원은 그가 골을 넣거나 도움을 기록한 경기에서 어김없이 승점을 챙겼다. 무승부는 한 차례(3월 18일·브리즈번 원정·3-3 무). 시즌 첫 경기였던 우라와 레즈(일본)와의 AFC 챔피언스리그 1차전(2월 25일·2-1 승)에서 기록한 도움 한 개를 포함해 4골 3도움을 올린 여섯 경기에서 5승1무를 거뒀다. 염기훈은 "계속 공격 포인트가 나와서 좋지만 팀이 지지 않는 경기를 한다는 게 더 중요하다"고 했다.
맹활약은 절치부심한 결과다. 그는 비시즌동안 마음고생을 했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으나 수원과 협상이 원만하지 않았다. 예산이 줄어 구단에서도 몸값이 높은 그와의 재계약을 망설였다. 팀에 잔류하기로 마음을 굳히면서 깎인 연봉과 1년으로 한정된 계약 기간을 받아들여야 했다. 그는 연봉보다 훈련을 정상적으로 하지 못한 점을 아쉬워했다. 협상이 미뤄지면서 1월 9일부터 시작된 스페인 전지훈련에 2월 1일에야 합류했다. "미안했어요. 조직력을 만들어야 할 시기에…." 그래서 그는 오전 훈련에 가장 먼저 나가 프리킥 훈련을 했다. "훈련한 결과가 경기에서 나오니 뿌듯하죠."
덕분에 수원의 출발도 순조롭다. 2013년 조별리그 탈락 이후 두 시즌 만에 나선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2승1무1패(승점 7)로 2위를 달리며 16강 진출 가능성이 커졌다. 정규리그는 3위(승점 9). 울산, 전북(이상 승점 10)과 3강 체제를 구축했다. 구단의 목표는 2010년 대한축구협회(FA)컵 우승 이후 인연이 없던 트로피를 하나 이상 들어 올리는 것이다. 염기훈은 "모든 대회가 중요하지만 아직 경험하지 못한 K리그 우승이 욕심난다"고 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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