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양궁 강국이다. 그동안 올림픽에서 금메달만 열아홉 개를 땄다. 세계양궁연맹(WA)이 한국의 독주를 막으려고 기록합산제도를 폐기하고 세트제도를 도입했지만 위상에는 변함이 없다. 국제대회가 한국 양궁인들의 '동창회'로 보일 만큼 해외에 진출하는 지도자까지 늘었다.
정상을 고수하는 데는 노력이 뒷받침된다. 정몽구(77)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정의선(45) 부회장은 30여년에 걸쳐 저변 확대, 우수인재 발굴, 첨단장비 개발 등에 약 400억원을 들였다. 대한양궁협회는 스포츠 심리사,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등을 고용해 선수들의 정신 안정을 돕는다. 국산 활의 품질도 뛰어나다.
대표팀 선발전은 웬만한 국제대회보다 경쟁이 치열하다. 이번 대표팀의 경우 세 차례 선발전을 거쳐 여덟 명을 추렸다. '생존자'들은 충북 보은 공설운동장에서 4월 2일부터 6일까지 1차 평가전, 16일부터 20일까지 2차 평가전을 한다. 열흘에 걸친 평가전에 일시적인 행운이 작용할 여지는 없다. 경기 방식까지 기록경기, 토너먼트, 리그전, 화살 한 발로 겨루는 슛오프 리그전 등 다양하다. 잘 쏘면 뽑히고, 못 쏘면 떨어진다. 올해 7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는 세 명만 나간다.
결전을 앞둔 선수들은 태릉선수촌에서 합숙훈련을 한다. 사대 밖에서는 화기애애하지만 활을 잡으면 모두가 경쟁자로 돌아선다. 인천아시안게임 여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장혜진(28ㆍLH)과 이특영(26ㆍ광주광역시청)은 지난 27일 훈련에서 저녁식사까지 거르며 활을 쐈다. 지난해 아깝게 1진에 들지 못한 이우석(18ㆍ인천체고)은 오후 10시에 홀로 사대를 찾아 자세를 교정했다. 그는 "나만 유별난 것이 아니다. 선발전이 다가오면 모든 선수들이 야간훈련을 자처한다"고 했다. 문형철(57) 양궁 대표팀 총감독은 "특별히 지시하지 않아도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추가 훈련을 한다"며 "이것이 안정된 자세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한국 양궁의 숨은 힘"이라고 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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