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청소년, 묵시적 동의해도 '청소년이용 음란물'…"예외적인 경우만 위법성 없어"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아동·청소년이 성관계 장면 촬영을 묵시적으로 동의했더라도 원칙적으로는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 관한 법률위반(아청법)’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김소영)는 이모(27)씨에 대한 아청법 위반(장애인간음, 음란물제작·배포 등) 혐의와 관련해 징역 3년, 120시간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5년간 신상정보공개 등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0일 밝혔다.
지체장애 3급인 이씨는 채팅사이트를 통해 알게 된 지적장애 3급인 당시 중학생 A씨와2013년 12월 4회에 걸쳐 성관계를 맺어 ‘장애인 간음’ 혐의로 기소됐다. 이씨는 휴대전화를 이용해 A씨와의 성관계 장면을 촬영해 아청법 음란물제작·배포 혐의도 받았다.
1심은 “지적장애로 인해 인지 및 판단능력, 성적 자기보호능력이 부족한 장애 청소년의 성은 범죄에 쉽게 노출되거나 악용·유린되기 쉽다”면서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이씨는 성관계 장면을 사진 촬영한 사실은 있으나 동의를 얻었고 외부에 배포하지 않고 단순히 개인적으로 소지할 목적으로 촬영했다면서 항소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은 “사진 중 일부를 촬영할 당시 피해자가 손가락을 브이자로 벌려 내밀거나 얼굴을 가리지 않는 등 촬영에 동의했다고 볼 여지가 있더라도 지적 장애인으로 자신의 의사와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서 “이 사건 사진 모두의 촬영에 동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법원도 “나체 사진을 촬영할 당시 피해자는 순간적으로 거부감을 표시하기도 했으나 피고인의 계속된 요청에 할 수 없이 소극적으로 응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설령 피해자의 묵시적 동의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더라도 자발적이고 진지하게 행사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한편 대법원은 지난 2월 17세 청소년과 성관계를 맺은 김모(27)씨 사건에서 동의에 따라 성관계 장면을 촬영했다면서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제작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결한 바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동의만 하면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제작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는 것처럼 오해해서는 안 된다”면서 “다만 청소년 본인이 사적인 소지를 위해 본인을 대상으로 하는 영상을 제작하는 경우 사리분별력 있는 사람의 정당한 행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위법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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