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13세 이상 청소년 동의하에 성관계…성적 학대·착취 없다면 처벌할 수 없어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성인이 연인사이인 청소년(13세 이상)과 동의 하에 성관계를 갖고 이를 촬영했다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위반 혐의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고영한)는 김모(27)씨의 아청법 위반(음란물 제작·배포) 혐의와 관련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김씨는 2012년 1월 충남의 한 해수욕장 인근 모텔에서 17세 청소년 A씨의 동의하에 성관계 동영상을 촬영해 휴대전화에 저장했다.
김씨와 A씨는 연인사이였고, 교제 과정에서 해수욕장에 놀러가 성관계를 가졌다. A씨는 동영상을 지워달라는 의사를 밝힌 뒤 김씨의 "알아서 하라"는 답변을 듣고 동영상을 삭제했다.
이후 A씨는 김씨에게 헤어지자는 의사를 밝혔으나 김씨가 거부하자 2012년 9월 수사기관에 출석해 성폭행을 당했으며, "동영상을 선생님에게 보내겠다"는 김씨의 메시지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아청법 위반 혐의(음란물 제작·배포)로 기소했지만 법원은 1심과 항소심, 상고심 모두 무죄 취지 판단을 내렸다. 현행법상 만 13세가 넘으면 성적학대나 착취가 아닐 경우 본인의 동의하에 합법적인 성관계가 가능하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연인관계에 있던 만 17세 피해자의 동의하에 성 행위 장면을 촬영했다"면서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의 제작에는) 만 13세 이상 청소년의 진정한 동의를 받음으로써 성적 학대나 착취가 개입되지 아니한 경우는 제외되는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2심 재판부도 "피고인이 판매·대여·배포하거나 공연히 전시 또는 상영할 목적이 있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면서 "촬영자인 피고인 역시 영상물에 등장해 성적 행위에 참여하고 있음이 확인되므로 이는 보호받아야 할 사생활의 일환"이라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이유 설시에 다소 적절하지 아니한 부분이 있으나 결론에 있어 정당하다"면서 "아청법(음란물제작·배포 등)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면서 원심을 확정했다.
한편 대법원은 김씨의 성폭행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씨는 2012년 5월 A씨가 다른 남자와 성관계를 한 사실에 관해 화를 내면서 폭행을 한 뒤 두 차례 성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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