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지연 따른 추가비용 합의…계약단가 맞먹어 이례적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SK건설과 한화건설, 현대중공업, 현대 아라비아(현대엔지니어링 현지법인)는 2012년 10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업체인 아람코가 발주한 자잔(Jazan)프로젝트 건설공사를 따냈다.
이 공사는 정유 플랜트와 해양터미널을 건설하는 사업으로 공사 규모가 70억달러에 달해 국제적으로도 화제가 됐고, 그해 우리나라가 해외 수주 목표치를 넘어서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
해외 대형 프로젝트 수주는 해당 기업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경사다. 하지만 자칫 해외 프로젝트에서 큰 손해를 보는 사례도 심심찮게 있다.
SK건설이 사우디에서 수주한 이 프로젝트에서 9억달러의 공사비를 추가해 받기로 발주처와 합의한 것이 알려진 이후 관련 프로젝트를 수주한 다른 건설사들도 해당 사안 검토에 들어갔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건설은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가 발주해 진행하던 자잔프로젝트 공사와 관련해 체인지오더에 따라 9억달러를 추가로 받기로 지난 1월 합의했다. SK건설 관계자는 “공사규모 확대 등 설계변경과 공사지연에 따른 추가비용에 대해 그간 발주처와 논의해 왔으며 올해 1월 합의점을 찾아 9억달러를 더 받는 선에서 조율했다”고 밝혔다.
해외 프로젝트에서 천문학적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처럼 발주처가 설계변경과 공사지연 등에 대한 대가로 당초 계약단가에 버금가는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SK건설이 추가로 비용을 받기로 합의한 소식이 알려지면서 당시 같은 프로젝트의 다른 패키지 공사를 수주한 국내 업체도 해당사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잔프로젝트는 SK건설을 비롯해 한화건설 등 국내 4개사가 각기 다른 분야에서 공사를 따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달 초 사우디를 방문했을 당시 국내 건설업계 최고경영자(CEO) 다수가 동행했는데, 사우디 정부와 아람코 측에 공사계약 과정에서 불합리하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의 개선을 요구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한편 SK건설과 관련한 프로젝트는 사우디 남서쪽 자잔경제도시에서 정유플랜트와 석유제품 출하터미널을 짓는 공사로 SK건설이 2012년 당시 수주한 금액은 11억달러(1조2000억원)에 달한다. 체인지오더에 따라 추가로 받는 돈은 수주액에 육박하는데 건설·플랜트업계에서는 SK건설과 아람코가 당초 수주액에 버금가는 규모로 추가비용을 합의한 데 대해 흔치 않은 일로 평가하고 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대규모 플랜트공사의 경우 설계나 공사여건이 바뀌는 데 따라 추가로 합의하는 일이 종종 있는데 1조원에 가까운 금액을 합의한 건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중동지역 최대 발주처로 꼽히는 아람코의 경우 관련 규정에 따라 공사 계약 후 릫정부 정책 변경으로 생기는 손실에 대해서는 발주처가 부담하지 않는다릮는 원칙을 고수해 온 것으로 유명하다.
SK건설이 수주한 이번 프로젝트 역시 이 같은 규정이 포함돼 있다. 자잔프로젝트는 사우디 정부가 추진하는 석탄가스복합발전소를 짓는 문제와 맞물려 공사가 지연됐다. 두 회사가 이번 합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현지 언론에서는 공사계약 자체가 파기됐다는 소식도 흘러나왔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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