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소규모 펀드 늘리는 운용사에 패널티 줘 자투리 펀드수 줄여나가야"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설정액 수억원에 불과한 '자투리 펀드' 숫자가 999개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자산운용 업계가 펀드 수를 경쟁적으로 늘려온 결과다. 많은 짜투리 펀드의 수익률이 마이너스인데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운용하고 있어 금융 당국의 짜투리 펀드 청산 작업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24일 금융투자협회 및 펀드평가사 KG제로인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국내 운용 중인 펀드는 3489개로 1388개가 설정액 50억원 미만으로 집계됐다.
자투리 펀드는 설정 후 1년 이상에 설정액이 50억원 미만인 상품을 가리킨다. 국내 펀드 10개 중 4개꼴로 자투리 펀드에 해당하는 셈이다. 설정액 10억원 미만인 초소형 펀드도 999개에 달했다.
자투리 펀드가 문제가 되는 것은 운용사가 규모가 큰 펀드 위주로 운용력을 집중하다 보면 설정액이 적은 펀드에는 상대적으로 신경을 덜 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분산 투자를 할 수 없어 안정된 수익률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설정액 50억원 미만 자투리 펀드 중 20%인 285개 펀드는 설정 후 수익률이 마이너스 상태다. 자투리 펀드의 연초 후 수익률은 3.4%로 전체 주식형 펀드(6.19%)의 절반 수준이다.
운용사도 '애물단지'인 자투리 펀드 탓에 고민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운용사 관계자는 "자투리 펀드의 운용보수는 적은 반면 운용에 필요한 기업 정보 수집, 리서치 등 비용은 똑같이 투입돼 운용사 입장에서는 계륵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자투리 펀드 청산을 위해 최근 금융위원회가 자투리 펀드와 일반 펀드 합병 허용을 입법예고했지만 현실적으로 펀드 짝짓기가 어려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박수진 한국투자신탁운용 상품컨설팅본부 팀장은 "법령상으로는 운용사가 투자자 동의 없이도 펀드 합병을 결정할 수 있지만 투자자가 반대할 경우 투자자와 판매사 모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 사실상 합병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김재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신규 소규모 펀드 수가 늘어나는 운용사에 패널티를 줘 앞으로 자투리 펀드를 줄여나가는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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