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지성 기자]금융 당국이 또다시 자투리펀드 정리를 요구하고 나섰지만 이번에도 공염불에 그치고 말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시각이 엇갈리는데다 당국의 의지도 그리 강하지 않기 때문이다.
운용기준으로 주식형은 45%, 채권형은 65%, 혼합형은 76%가 설정액 50억원 미만의 자투리펀드다. 이들은 운용 효율이 떨어지고 비용이 높아 소비자나 운용사 모두에게 부담이다.
자투리펀드 정리를 특히 환영하는 쪽은 운용사다. 주식형펀드의 경우 설정액이 100억원이 안 되면 적자 운용이 불가피하다고 한다. 설정액이 50억을 밑도는 펀드라면 운용이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난색을 표하는 쪽은 판매사다. 한 증권사의 임원은 "자투리펀드의 상당수가 손실 펀드인데 고객 입장에서도 해지에 동의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고민은 하고 있지만 펀드 해지가 고객 이탈로 이어질까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문제에 진전이 있을 리가 없다. 특히 핵심 열쇠를 쥐고 있는 대형 판매사는 요지부동이다. 판매사가 운용사에게 책임을 떠넘긴다는 얘기도 들린다. 한 외국계 운용사의 대표는 "갑을(甲乙) 관계를 뻔히 알고 있는 당국이 왜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즉시 조치와 강도 높은 제재를 언급하며 업계를 긴장시켰던 당국은 입장이 구체적이지 않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정리가 쉽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다"며 "목표 정리 비율이나 제재안 등은 확정 된 것은 없고 일단 진행사항을 지켜보는 중이"라고 밝혔다.
자투리펀드를 만들고 판 것은 업계고 그것을 방관한 것은 금융당국이다. 이들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사이 손해를 보는 것은 결국 소비자다. 자투리펀드를 정리하고자 한다면 투자자의 손해를 최소화 하는 방식이 제시돼야 한다. 일부 혜택을 제공하는 형식의 펀드 통합도 생각해볼만하다.
박지성 기자 jis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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