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합수본부장 시절, 의원 불법 체포 지시…대법 "국가 손배책임 인정, 전두환 불인정"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전두환 전 대통령이 1980년 이택돈 전 의원의 불법 체포를 지시해 피해를 입힌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이인복)는 20일 이택돈 전 의원, 이신범 전 의원 등이 국가와 전두환 전 대통령, 이학봉 전 계엄사령부 소속 합동수사본부 수사단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받아들이지 않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1980년 5월17일 이택돈 전 의원은 전두환 당시 합동수사본부장 지시를 받은 이학봉 합수부 수사단장 소속 수사관들에게 계엄법 위반 혐의로 사전 체포·구속영장 없이 강제 연행됐다.
합수부 수사관들은 고문, 구타 등을 통해 이택돈 전 의원의 허위진술을 강요했고 이 전 의원은 1980년 7월 의원직을 사퇴했다.
육군본부 계엄보통군법회의는 이택돈 전 의원의 계엄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고, 항소심인 육군계엄고등군법회의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아 확정됐다.
이택돈 전 의원은 2004년 7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서울고법은 무죄를 확정했다. 이택돈 전 의원은 국가와 전두환 전 대통령, 이학봉 전 합수단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원고 이택돈은 수사관 강요로 국회의원직을 사직했고, 특별사면될 때까지 참정권을 박탈당하거나 제한 받았을 뿐만 아니라 변호사 업무도 수행하지 못하는 등 많은 고통을 받았다”면서 “3억원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 등은 ‘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소멸했다면서 항소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재심판결이 2007년 7월 선고돼 소멸시효기간인 3년이 지나기 전인 2010년 7월 이 사건 소가 제기된 사실은 기록상 명백하므로 소멸시효기간이 완성되기 전에 소가 제기됐다”고 판시했다.
다만 2심 재판부는 전두환 전 대통령 등의 손해배상 책임 액수를 1억원으로 결정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해배상 책임을 지울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소멸시효를 3년이 아닌 6개월로 봤다.
대법원은 “재심무죄판결이 확정된 날부터 6개월 이상이 경과한 후에 이 사건 소를 제기했으므로 소멸시효 항변을 저지할 수 있는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행사를 했다고 볼 수 없다”면서 “피고(전두환 전 대통령 등)들의 항변이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국가는 이택돈 전 의원에 대해 상고를 하지 않았기에 1억원의 지급을 명한 2심이 확정됐고, (전두환 전 대통령의) 상고를 한 부분은 소멸시효가 완성돼 이택돈 전 의원의 청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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