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모비스, LG와 4강 PO 격돌
몸상태 최상 외곽 오가며 승리 보증수표 역할
[용인=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함지훈(31ㆍ울산 모비스)이 달라졌다. 골밑과 외곽 측면을 부지런히 오고갔다. 특히 공격이 그랬다. 미들 슛까지 꽂아 상대를 맥풀리게 했다. "아주 좋았어." 유재학(52) 모비스 감독이 물개박수를 쳤다. "오늘처럼 해준다면 걱정할 일이 없다."
모비스는 지난 13일 용인 모비스체육관에서 열린 연습경기에서 경희대에 102-54로 이겼다. 득점의 3분의 1은 속공에서 나왔다. 함지훈이 상대의 골밑 패스를 자주 가로챘다. 협력수비로 따낸 공격권도 적잖았다. 유 감독은 "우리 팀은 지훈이가 많이 움직여야 찬스가 나고 기동성도 살아난다"고 했다. 함지훈은 머리를 긁적이며 멋쩍게 웃었다. "(김)종규(24ㆍ창원 LG)나 (이)승현(23ㆍ고양 오리온스)이에 비하면 아직 어설프죠."
지난 시즌만 해도 함지훈은 주로 골밑에서 경기했다. 올 시즌에는 유 감독의 지시에 따라 내외곽을 넘나든다. 그는 "많이 움직이면서 작전에 따라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이런 농구를 하려면 몸과 체력이 받쳐 줘야 한다. 그래서 시즌 내내 체중을 101㎏으로 유지했다. "점프가 늘거나 움직임이 빨라지진 않더라. 오히려 몸싸움에서 밀려 손해를 본다는 느낌이 있었다." 경기를 치르면서 생각은 달라졌다. "골밑과 외곽을 오고가며 수비 반경을 넓히니까 팀이 살아나더라. 자주 이기면서 재미를 붙였다. 정규시즌 중반만 해도 왼 발목 부상으로 어려웠지만 이제 좋아졌다."
울산동천체육관에서 18일부터 시작되는 창원 LG와의 4강 플레이오프는 달라진 함지훈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다. 몸 상태는 최상에 가깝다. 일단 정규시즌 우승과 함께 부담을 내려놓았다. "나 때문에 우승하지 못할까봐 불안했는데, 우승을 이루니까 복잡했던 머릿속이 싹 정리됐다." 지난 10일까지 휴가를 받아 지친 체력도 끌어올렸다. "(양)동근(34)이 형이 맛있는 음식을 많이 사줬다." 아내 김민경(32) 씨의 내조도 한 몫 했다. "아들 승후가 태어난 지 200일 정도 됐다. 한참 울 때인데 대개 아내가 돌봤다. 안방에서 거의 나오지 않았다. 그 덕에 마루에서 단잠을 잤다."
그는 오후 7시마다 6강 플레이오프 경기를 텔레비전으로 시청했다. 특히 포지션이 같은 김종규와 이승현의 움직임을 주의 깊게 살폈다. 4강 플레이오프에서는 김종규를 상대한다. "잘하더라. 지난 시즌보다 기량이 더 발전했다. 특히 미들 슛이 날카로워졌다. 바쁘게 움직여야 할 것 같다." 함지훈은 김종규를 봉쇄뿐 아니라 '팀'이라는 큰 틀도 생각한다. "힘이 넘치는 종규를 혼자 막을 순 없다. 동료들과 협력할 것이다. 그들과 함께 웃어야 진짜 승리자다." 함지훈은 "모비스는 이기는 법을 아는 팀"이라며 웃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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