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선고 한달여만에 총선 출마 거론, 경찰 공무원 대상 강연 부적절 지적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국가정보원 댓글사건 수사를 축소한 혐의로 기소됐다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57)이 경찰 후배들을 상대로 강연을 열었다.
무죄 판결 직후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김 전 청장의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강연이 적정한가를 놓고 논란이 일 전망이다.
17일 오전 인천지방경찰청의 '3월 직장교육' 강연자로 초청받은 김 전 청장이 후배 경찰 공무원들 앞에 섰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에서 무죄를 받은 지 한달여 만이다.
김 전 청장은 강연에 앞서 무죄 판결에 대한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리 어둠이 깊어도 오는 아침을 막을 수 없다는 소회로 대신하겠다"며 "사필귀정"이라고 답했다.
김 전 청장은 내년 총선 출마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그는 "일을 해야 하는데, 지역 사회에 봉사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앞서 김 전 청장은 국정원 댓글 사건 재판 당시의 경험을 적은 '나는 왜 청문회 선서를 거부했는가'를 출간했다. 서울과 대구에서 잇따라 출판기념회도 열었다. 김 전 청장은 지난 1월 대구 달서구 한 아파트에 전입한 뒤 진천동 한 상가건물 2층에 '달구벌문화연구소'를 개소하면서 대구 지역 총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했다.
일각에서는 김 전 청장의 이 같은 발 빠른 '총선 행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특히 그가 연루된 사건이 201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벌어진 일인 데다 대법원 무죄 판결 이후에도 김 전 청장의 혐의를 놓고 팽팽한 설전이 오갔던만큼 출마를 신중히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김 전 청장은 대법원 선고 직후 출마 의사를 밝히며 '진격의 행보'를 보였다.
이에 더해 총선 출마를 앞두고 있는 인사가 경찰 공무원들 앞에서 강연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이날 김 전 청장이 후배들 앞에서 강연한 내용은 치안 철학을 골자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연 제목은 '한그루의 나무로는 숲이 되지 않는다'.
인천경찰청은 용산 참사의 책임을 지고 서울경찰청장 자리에서 물러난 김석기 한국공항공사 사장(61)도 내달 강사로 초빙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김 사장이 거절 의사를 밝혀오면서 결국 무산됐다.
김 전 청장의 이날 강연은 윤종기 인천경찰청장과의 인연으로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청장은 서울청 교통안전과장, 충북청 차장 등을 지낼 당시 김 전 청장 및 김 사장과 함께 근무한 경험이 있다.
인천경찰청의 관계자는 "김 전 청장과 김 사장을 강연자로 초빙하려 했던 것은 정치적인 뜻과 상관이 없다"며 "윤종기 인천경찰청장이 함께 근무했던 선배들의 치안 철학을 공유하고자 했던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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