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승열과 함께 엘리트코스 밟은 기대주, 올해는 2% 채운다
[아시아경제 손은정 기자] "공동묘지에 다시는 가고 싶지 않다."
박일환(23ㆍJDX)이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2, 3부 투어를 떠돌다 지난해 코리안투어에 입성해 신인상까지 받으며 전환점을 맞이했다. 국내대회 수가 워낙 적어 투어에서는 낯설지 모르는 얼굴이지만 국가대표 출신의 엘리트 코스를 밟았던 선수다. 강원도 속초에서 자랐다. 세계적인 스타로 성장한 노승열(24ㆍ나이키골프)과 함께.
지난해 시즌 최종전 투어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공동선두로 나서면서 공개된 에피소드로 더 유명해졌다. 당시 11살, 10살이던 노승열과 박일환이 각각 86타와 88타를 치고 돌아오자 두 아버지가 의기투합해 둘에게 공동묘지에서 자라는 벌을 내렸다. 박일환은 "텐트를 치기는 했지만 두 번 다시 가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그 이후로는 80대 스코어를 단 한 번도 치지 않았다"며 "어린 나이였지만 경기에 집중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회상했다.
노승열이 중학교 3학년 때 당시 최연소 국가대표가 됐고, 박일환은 이듬해 노승열의 기록을 깨고 가장 어린 나이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노승열이 일찍 프로로 전향해 전 세계 투어를 다니는 동안 박일환은 주어진 길에서 최선을 다했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는 동갑내기 김민휘와 단체전 금메달을 합작했다.
2010년 말 프로로 전향했지만 예상치 못한 가시밭길을 걷기도 했다. 시드전을 통과하지 못해 마이너리그를 면치 못하는 신세가 됐다. 2013년에는 그래도 초청선수로 출전한 한국오픈과 매경오픈에서 모두 '톱 10'에 들어 기대주 몫을 했다. 지난해 드디어 코리안투어 풀시드를 거머쥐었다. 우승은 없었지만 14개 대회에서 해피니스송학건설 준우승을 포함해 '톱 10'에 7차례나 진입하는 일관성을 과시했다. 이 부문 1위다. 10위권에도 4차례, 거의 대부분의 경기에서 우승사정권에 있었다는 이야기다.
물론 국내에만 안주하기엔 무대가 비좁다. 일본프로골프투어(JGTO)로 눈을 돌렸고 지난해 말 퀄리파잉(Q)스쿨을 무난하게 통과했다. 올해는 한국과 일본을 넘나드는 바쁜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필리핀으로 전지훈련을 떠나 벌써 60여 일간 담금질을 했다. 우승을 위해 부족한 2%를 채우기 위해서다. "지난해 부족했던 숏게임과 멘탈을 보완하고 있다"는 박일환은 "올 시즌 목표는 한국 1승과 일본 1승"이라며 "매 경기 새로운 기록을 경신하고 싶다"는 각오를 보탰다.
손은정 기자 ej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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