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삼수 끝에 올 시즌 PGA투어 처녀 입성
[아시아경제 손은정 기자] "삼수했어요."
올 시즌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 처녀 입성한 김민휘(23)가 지난 16일 미국프로골프(PGA)투어 AT&T페블비치내셔널프로암에서 공동 21위에 올라 드디어 첫 '톱 25' 진입에 성공했다. '아메리칸 드림'이 서서히 피부에 와 닿는 모양새다. 바로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낸 차세대 기대주다.
그해 말 프로로 전향했지만 코리안투어 퀄리파잉(Q)스쿨에서 낙방하는 이변으로 오히려 원아시아투어를 떠도는 예상 밖의 가시밭길을 걷다가 2012년 신한동해오픈 우승으로 제자리를 찾았다. 하지만 국내 무대는 애당초 목표가 아니었다. 곧바로 PGA투어로 눈을 돌린 이유다. 2012년 Q스쿨에서 고배를 마셨고, 2013년에는 Q스쿨이 폐지되면서 2부 투어 격인 웹닷컴투어에서 다시 빅 리그에 도전했지만 무산됐다.
지난해 말 드디어 삼수에 성공했다. 웹닷컴투어 상금랭킹 75위까지 주어지는 파이널시리즈에 딱 75위로 진출했고, 최종 상금랭킹 25위 자격으로 기어코 2014/2015시즌 투어카드를 확보했다. 짧지만 파란만장한 여정이다. "처음에는 일본이나 아시안(APGA)투어 등을 우회하는 길을 생각했다가 어차피 실전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미국으로 직행했다"고 했다.
유쾌한 성격이 투어 적응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개성도 넘친다. 골프 스윙을 유투브를 통해 터득했다는 점부터 독특하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의 스윙을 따라 했고, 우즈의 레슨서도 독파했다. 독학으로 배웠지만 세계적인 교습가 부치 하먼이 "기술적 결함이 없는 완벽한 스윙"이라고 극찬했을 정도다. 안양신성고를 다닐 때까지만 해도 스윙코치가 따로 없었다.
엉뚱한 면도 많다. PGA투어 선수 소개란에 '꿈의 포섬' 멤버로 아이언맨과 제임스 본드, 터미네이터를 꼽았다. 가장 좋아하는 명언(?)이 "지금 열심히 하면 미래 배우자의 미모가 바뀐다"다. 유머 감각도 남다른 셈이다. 아버지와 함께 고단한 투어생활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동기부여로 작용하고 있다. "아버지를 위해서라도 꼭 성공하겠다"는 각오다.
지난해 10월 프라이스닷컴으로 시작한 올 시즌 8개 대회에서 절반은 '컷 오프' 됐다. 드라이브 샷의 페어웨이안착률이 평균 55%, 그린적중률도 66%에 불과하다. 그래서 샷의 정교함을 높이는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근 2개 경기에서는 실제 안정감을 얻었다. AT&T에서는 평균 82%의 페어웨이안착률을 기록했다. "거리 욕심을 버리고 정확도부터 높이겠다"는 전략이 맞아떨어지고 있다.
손은정 기자 ej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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