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쇼이블레 獨장관, 바루파키스 장관 바보같다 모욕"
쇼이블레 "말도 안되는 소리" 그리스 정부 사과 요구 일축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독일 재무장관이 그리스 재무장관을 모욕했다는 논란 때문에 그리스와 독일이 또 한판 붙었다.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를 넘기기 위해 '슈퍼 갑' 독일에 읍소라는 해야 하는 상황인 '을' 그리스가 되레 독일과 계속 충돌만 빚고 있는 것이다. 지난 11일(현지시간)부터 시작된 그리스 구제금융 지원 추가 협상에도 악재가 될 전망이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돈 필요없다'는 식의 발언을 해 주목을 받았다.
12일 영국 일간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모욕 논란의 발단은 지난 9일 벨기에 브뤼셀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에서였다.
그리스 정부측 주장에 따르면 당시 쇼이블레 장관은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에 대해 '지나치게 고지식해 바보 같다(foolishly naive)'는 말로 모욕을 줬다. 그리스 정부는 베를린 주재 그리스 대사관을 통해 쇼이블레 장관의 사과를 요구했다.
하지만 쇼이블레 장관은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바루파키스 장관을 모욕한 적이 없다"며 "(그리스 정부의 주장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유로존은 9일 재무장관 회의에서 그리스가 구제금융 자금을 받아내기 위해 채권단에 제출한 구조 개혁안이 미흡하다며 퇴짜를 놨다. 이후 지난 11일부터 기술적 협의를 통해 추가적으로 그리스 구제금융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그리스가 독일을 자극해봤자 득이 될게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치프라스 총리는 프랑스 파리에서 의미심장한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12일 프랑스 파리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본부에서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과 함께 그리스 경제 구조개혁 협력 협정에 서명했다. OECD가 향후 그리스 구조개혁 작업을 돕기로 공식 합의한 것이다.
이는 치프라스 총리의 기존 트로이카 채권단 구조 깨기 전략의 일환이다. 국제통화기금(IMF)·유럽연합(EU)·유럽중앙은행(ECB)의 긴축 요구를 합법적으로 깨기 위해 OECD를 끌어들인 것이다. 치프라스 총리는 취임 후 국제 채권단인 트로이카와 합의했던 구조개혁 내용을 완전히 이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합의안 중 30%가량은 OECD가 제안했던 내용들로 대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치프라스 입장에서는 이미 채권단에 전달했던 자신의 뜻을 구체적 실행으로 옮긴 셈이다.
기자회견에서 치프라스는 한발 더 나갔다.
그는 "만약 구제금융 자금이 지원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리스는 채무 약속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혹 구제금융 자금이 지원되지 않더라도 OECD와 협력해 구조개혁을 이뤄 나가면 그리스 경제 회복을 통해 채무를 갚아나갈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돈을 받아내기 위해 무리하게 긴축 요구를 수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을 다시 한번 밝힌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치프라스 총리의 발언은 그리스와 채권단 간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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