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달 새 7억원 들여 삼성전기 주식 1만주 매수…삼성에 대한 각별한 애정과 투자 목적도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한 번 삼성맨은 영원한 삼성맨인가.
지난해 12월 삼성전기에서 물러난 최치준 전 사장이 삼성전기 주식을 계속 사들이고 있다. 퇴직 후 지분 정리를 통해 회사와 인연을 정리하는 대기업 임원이 많은 상황에서 최 전사장의 연이은 주식 매입은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최 전사장은 지난달 12일과 이달 3일 삼성전기 주식을 각각 5000주씩 사들였다. 최근 한 달 사이에 주식 매입에 쏟아부은 돈만 해도 사장 시절 1년치 급여(7억2200만원, 상여ㆍ기타 근로소득 제외)에 가까운 6억8370만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최 전 사장이 보유한 삼성전기 주식은 사장 시절부터 보유한 1만968주와 퇴임 후 매입한 1만주를 더해 총 2만968주로 늘었다.
지난해 12월 자리에서 물러난 최 전 사장의 주식 매입 사실이 알려진 이유는 후임 대표이사 공식 선임이 늦어진 탓이다. 증권거래법에 따르면 퇴임 임원은 회사 지분의 5%를 넘지 않는 한 지분 변동 관련 공시 의무가 없지만 최 전 사장은 아직 주주명부상으로 대표이사직을 유지하고 있어 지분 변동을 공시해야 한다. 이윤태 신임 사장이 오는 13일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로 공식 선임될 예정인 만큼 그 전까지는 명목상으로나마 삼성전기의 대표이사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삼성전기 주식을 매입했을까.
우선 최 전 사장의 주식 매입은 회사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크게 작용했다. 최 전 사장은 삼성전기에 입사해 내부 승진을 통해 사장 자리까지 오른 유일한 사례다. 사회 초년병 시절부터 회사에 몸담아 왔고 주력 계열사 임원들에게 돌아갔던 사장직에 내부 출신으로는 처음 오른 만큼 회사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다. 최 전 사장은 재임 시절 임직원들에게 "우리 회사 주식을 지속적으로 매입하겠다"며 삼성전기 주식을 계속 사들이겠다는 뜻도 자주 내비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퇴임 후 회사와 지분 관계 정리에 나서는 많은 임원들과 다른 행보를 보이는 것도 같은 선상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투자 목적도 작용했다. 최 전 사장은 현직 시절 기자와 사석에서 만난 자리에서 "높은 기술력이 축적된 부품은 삼성전기와 일본 회사가 다 만든다"며 회사의 부품 기술력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나타낸 바 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실적 둔화로 2년 전부터 실적이 나빠졌지만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한 만큼 향후 주가 상승에 베팅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전기 주가는 올 들어서만 30% 이상 뛰었다.
최 전 사장이 갤럭시S6 발표 다음날 삼성전기 주식 5000주를 추가 매입한 것 또한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실어준다. 갤럭시S6는 삼성그룹 전자 계열사의 올해 실적을 좌우할 최대 전략 제품이다.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5'에서 공개된 후 세계적인 호응을 얻고 있어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삼성전기도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최 전 사장은 재임 시절 IT 업계에서 가장 핫(Hot)한 스마트폰 등에 무조건 올라타야 한다는 '로켓론'을 펼쳐 왔다.
삼성 관계자는 "최 전 사장은 삼성전기 사장으로 근무할 때도 주식이 저평가돼 있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며 "전임 사장으로서 삼성전기에 대한 투자 가치가 충분하다는 판단과 함께 회사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반영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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