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00명 사망 '홍콩독감' H2N3…한국도 꽃샘추위 속 유행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전 세계가 독감을 앓고있다. 홍콩에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로 300명이 넘는 사망자를 발생한 것을 비롯해 중국과 일본,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지역에서도 독감이 기세를 뽐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예년보다 유행이 늦게 시작된 탓에 독감 환자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5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26일까지 신고된 전국의 독감 환자는 인구 1000명당 45.5명으로 전주 41.6명보다 늘었다. 이번 겨울 우리나라에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검출건수는 530건으로 예년보다 적은 수준이다. 유행 시기도 늦어졌다. ‘포근한’ 겨울 날씨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활동이 주춤했다는 것이 보건당국의 설명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이달초 새학기가 시작되면서 학교 집단생활이 시작된데다 꽃샘추위까지 겹치면서 독감환자는 다음 주께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1월23일 전국에 독감유행 주의보를 발령하면서 다음 달까지 독감이 유행할 것으로 내다봤다.
◆홍콩 독감 국내 영향력은? = 올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가장 매서운 곳은 홍콩이다. 홍콩에선 독감으로 304명이 숨졌고, 독감 희생자는 계속 급증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홍콩에서 독감이 대유행하는 이유에 대해 생활 환경을 꼽는다. 밀집된 지역에 많은 인구가 모여 살면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전염이 쉽다는 설명이다.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홍콩의 높은 인구밀도는 독감 바이러스가 빠르게 확산되는 요인"이라며 "홍콩의 독감백신 접종율이 낮고, 항바이러스제 등 치료가 늦어지는 점도 독감이 유행하게 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홍콩의 독감 시즌이 지구 북반구의 다른 지역보다 늦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미국의 경우 독감 시즌이 11월에서 다음 해 1월까지지만 홍콩에선 1월 이후부터 본격 시작된다. 홍콩에 들어오는 독감 바이러스는 이미 다른 국가에서 인간의 면역 체계와 항생제를 견딘 이후이기 때문에 더 강력하다는 것이다. 홍콩은 미국·유럽과 동아시아를 연결하는 환승지로 국제적으로 유동인구가 많은데, 이 같은 특성도 홍콩이 독감에 취약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예측한 바이러스와 실제 유행한 바이러스의 종류가 다른 점도 독감 확산의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WHO는 매년 유행할 독감 바이러스를 예측해 발표한다. 지난해의 경우 '텍사스주'를 예측했지만 올해 유행한 독감 유형은 '스위스주'였다. 텍사스주에 맞게 만들어진 독감백신이 스위스주에 대해선 효과가 없었다는 의미다. 실제 영국이나 캐나다에선 올해 독감백신의 효과가 전혀 없었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홍콩 여행을 다녀온 뒤 독감에 걸린 우리나라 환자는 괜찮을까? 홍콩에서 확산 중인 독감 바이러스는 A형 H2N2형으로 우리나라에서 유행하는 독감 종류와 같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2009년 신종플루 대유행 당시 독감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져 홍콩 독감에 걸려도 치명적이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병원의 경우 타미플루 등 감기 환자가 발생하면 항바이러스를 일찍 처방한다"면서 "아직까지 항바이러스의 치료효과가 빠르다"고 설명했다.
◆꽃샘추위 시작…독감 예방법은 = 겨울철 불청객인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분비되는 호흡기 비말(침 알갱이)를 통해 사람끼리 전파된다. 갑자기 체온이 38℃ 이상 오르거나 두통과 전신쇠약감, 마른기침, 인두통, 코막힘, 근육통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어린이의 경우 성인과 달리 오심이나 구토, 설사 등 위장관 증상도 동반될 수 있다.
독감의 가장 심각한 합병증은 폐렴이다. 특히 임신부와 2세 미만의 영아는 폐렴에 걸릴 위험이 크므로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독감인지 감기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는 조기에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독감 백신은 이미 접종 시기를 놓쳤다. 독감 백신은 유행이 시작되기 전인 9~10월 접종해야 예방 효과가 있다. 현재는 독감이 걸리지 않도록 예방수칙을 잘 지키고 독감이 걸렸을 경우에는 치료가 최선이다.
건강한 성인의 경우에는 독감에 걸리면 종합감기약과 충분한 휴식 등 대중요법으로 충분히 호전된다. 하지만 인플루엔자에 의한 합병증 발생의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은 항바이러스제가 필요하다. 항바이러스제는 인플루엔자 증상이 나타난 후 48시간 안에 사용할 경우 증상을 완화하거나 독감 증상이 나타나는 기간을 단축시키는 효과가 있다. 다만 항바이러스제 사용 여부는 반드시 의사와 사용해야 한다.
독감 예방법은 우선 몸에 들어오는 한기와 황사 같은 유해물질을 막는 것이다. 얇은 옷을 여러 겹 입어 온도에 맞게 입고 벗으며 체온을 유지하고, 황사 마스크를 써서 모래바람에 묻어 호흡기로 들어오는 각종 유해물질을 차단해야 한다.
신선한 과일과 수분을 많이 섭취해 피로를 회복하고 면역력을 키우는 일도 중요하다. 바이러스가 우리 몸에 들어오면 백혈구가 나서서 싸우는데 이 때 백혈구 속의 비타민C가 급격히 줄어든다.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패해 감기에 걸리지 않으려면 비타민C가 풍부한 귤, 딸기 등을 챙겨 먹고 점막이 건조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물도 자주 마셔야 한다.
각종 세균과 바이러스로부터 몸을 보호하려면 손을 자주 씻어야 한다. 조류 인플루엔자가 유행했을 때도 가장 좋은 예방법은 손 씻기였고, 손만 잘 씻어도 감기를 비롯해 바이러스성 장염 등 다양한 질병을 막을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올해 독감이 4월까지 유행할 수 있는 만큼 개인위생수칙을 철저히 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책"이라고 강조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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