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참 멀리 느껴지다가도 상대방의 입장을 찬찬히 듣다보면 서로 간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재판에서도 마찬가지다. 서로 공방을 하다보면 쟁점도 좁혀지고 상대방의 입장도 이해하게 되면서 서로의 주장을 조금씩 양해하는 조정에 이르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변호사인 필자의 전문분야인 부동산법이라는 분야에서 볼 때 좀처럼 입장이 좁혀지지 않는 영역이 바로 권리금 분쟁이라고 할 수 있다. 현행법에서는 어느 곳에서도 그 존재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지만 상가점포 임대차를 위해서는 피해나가기가 어려운, 다시 말하면 실체는 매우 흔하게 엄연히 존재하면서도 법 테두리 내에서는 흔적 자체를 찾을 수 없는 참 희한한 존재인 셈이다.
게다가 그 금액도 보통 수천만원 이상의 거액이다보니 분쟁도 매우 잦고 용산 참사와 같은 극단적인 사고로도 이어지곤 한다. 분쟁의 형태도 다양해서 권리금 수수의 당사자 간은 물론 권리금을 일정 금액 분배받은 중개업자에 대한, 더 나아가 권리금 거래의 당사자는 아니지만 분쟁의 단초가 된 건물의 소유자인 임대인과의 분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런 적지 않은 권리금 분쟁 덕분에 법에는 어떠한 흔적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판례는 오래 전부터 "영업시설ㆍ비품 등 유형물이나 거래처, 신용, 영업상의 노하우(knowhow) 혹은 점포 위치에 따른 영업상의 이점 등 무형의 재산적 가치의 양도 또는 일정기간 동안의 이용대가"라고 권리금의 정의까지 내리게 되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여 최근 임차인의 권리금을 보호하기 위한 법안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의 형태로 국회에 계류 중에 있다. 그럼에도 아직은 뚜렷한 진척이 없어 많은 임차인들을 애태우게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분쟁을 변호사로서 소송실무에서 가까이서 접하게 되는 입장에서는 신중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본다.
실무에서 문제되는 가장 일반적인 권리금 분쟁은 임차인이 임대차 관계를 종료하고 점포에서 나가게 되는 과정에서 건물주에게 금전적인 보상을 요구하면서 분쟁화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임차인은 해당 점포에 임대차를 시작하면서 당시의 기존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지급했을 수도 있고 지급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고 나서는 어떤 형태로든 영업을 위해 상당한 시설이나 인테리어 투자를 했다는 점에서 다른 임차인이나 건물주로부터 투자금액을 보상받고자 한다.
건물주 입장으로 돌아가 보자. 건물주는 임차인으로부터 권리금 명목으로 지급받은 돈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이러한 권리금 요구에 대해서 매우 당황하게 된다. 현재 계류 중인 임차인을 위한 권리금 보호방안은 건물주에 대한 권리금 청구권을 보장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어찌보면 임차인이 영업을 위해 투자했다고는 하지만 건물주를 위해서는 얼마나 도움이 될지 알 수 없는 모호한 성격의 권리금의 존재를 인정할 것인지 판단이 쉽지 않을 수 있다. 게다가 현실적으로 그 평가도 부정확할 가능성이 높아 또 다른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만약 이런 점에 대한 대책없이 무작정 입법이 이루어지게 되면 건물주로서는 얼마나 부담이 될지 정확하게 모르는 권리금이란 위험을 감안하여 대폭적인 임대료 인상으로 맞서게 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그 피해는 당장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게 되는 임차인에게 돌아가게 된다. 결국 사회경제 전체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마저 안고 있다.
'약자 보호'라는 막연한 감정적 차원이 아니라 보다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보호가 될 수 있는 입법일 필요가 있다.
최광석 로티스합동법률사무소 부동산전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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