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때문에 온 나라가 시끄럽다. 연말정산과 담뱃세 인상이 도화선이 된 세금 논쟁은 증세 없는 복지 논쟁으로까지 확대되는 양상을 보였다. 일단 박근혜 대통령이 '증세는 국민 배신'이라며 절대 불가 방침을 천명함에 따라 수면 아래로 내려간 세금 문제는 또다시 수면 위로 부상할 수밖에 없다.
세금이 이처럼 첨예한 이슈로 등장한 것은 근본적으론 현행 세제가 시대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1970년대에 구축된 조세체계를 근간으로 근본적인 변화 없이 매년 땜질식 세제개편으로 일관해 온 결과 현행 세제는 누더기가 되고 말았다. 이제 고도성장기는 지나갔고, 복지수요는 급증하는 반면 세수 확보는 어려워진 만큼 세제를 전면적으로 손질해야 할 시점이다. 또한 소득불평등 완화에 기여하지 못한다는 현행 세제를 조세정의와 형평을 구현하는 방향으로 개혁하지 않으면 안 된다.
국세의 23.7%인 소득세에 대해선 큰 폭의 손질이 불가피하다. 국내총생산 대비 소득세의 비중은 3.8%에 불과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8.5%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소득세를 전체적으로 상향조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부담능력이 있는 중산층에 대한 소득세 인상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물론 연말정산 파동에서 봤듯이 소득세에 대한 조세저항은 거세기 마련이다. 따라서 증세의 불가피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절실하며 정부도 진정성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세수부족만 메우면 된다는 좁은 생각으론 거대한 조세저항만 불러일으킬 뿐이다.
또한 국제통화기금(IMF)도 권고했듯이 공제제도는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면세점을 상향조정할 필요가 있다. 사실 근로소득자의 40%가 면세점이라는 사실은 정치적으로 현명할지 몰라도 국민개세주의에 어긋난다. 면세점을 상향조정해 저소득층도 형식적인 금액이라도 세금을 내는 게 바람직하다. 물론 과표 3억원 이상의 고액연봉자에 대해선 최고세율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미국의 경우처럼 개인이 낸 세금액에 따라 연금수령액이 달라지는 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미국의 경우 65세가 되면 800달러 내외의 기본 연금을 보장하되 개인이 낸 세금에 따라 그 수령액이 커지게 돼 있다. 세금과 연금 지급액을 연동할 경우 탈세 유혹도 줄어들고 사회 안전망 구축에도 기여하는 효과가 있다.
세제 개편 중 가장 서둘러야 할 일이 법인세 정상화다. 전 세계적인 법인세 인하 분위기에 휩쓸린 결과 너무 낮아졌다. 1986년 당시 한국의 법인세율은 방위세를 포함해 37.5%에 달한 적도 있지만 지속적으로 인하한 결과 현재 법인세 최고세율은 22%(실효세율은 16%)에 불과하다. 지난해 기준 OECD 평균(23.4%)보다 약간 낮은 수준이지만 아일랜드, 아이슬랜드, 싱가포르 등 도시형 국가들이 포함된 결과로 대부분 선진국들은 법인세율이 30%를 넘는다. 경제대국 미국과 일본의 세율은 무려 40%에 가깝다.
물론 법인세 인상이 기업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란 주장이 만만치 않다. 그러나 이른바 낙수효과(trickle down effect)는 나타나지 않은 건 현실에서 이미 입증된 바 있다. 오히려 지나치게 낮은 법인세율이 기업의 고용기피를 초래한다는 측면도 있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 시절 법인세 감면을 했기 때문에 인상이 아니라 원상 회복으로 보는 게 맞다. 세수확보뿐만 아니라 세제 개혁의 목적에서도 법인세율 인상이 필요한 이유다. 중소기업을 배려해야 한다면 현재 3단계에 불과한 법인세 과표구간을 늘이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세입 1위인 부가세에 대해선 내수 활성화 차원에서 인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부가세가 처음 실시될 당시에 비해서 금리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낮아진 점을 감안하면 현재의 10%의 세율은 너무 높다. 부가세를 인하할 경우 최종 소비자 판매가격이 인하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 침체된 내수를 되살리는 데 도움이 된다. 물론 선진국의 부가세율이 더 높다는 주장도 있으나 직접비교는 곤란하다. 한국엔 특소세나 교통세 등의 세목이 별도로 존재하며, 선진국의 경우 생필품의 부가세는 매우 낮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다만 세입 비중이 높아 부담이 크다는 게 부가세 인하의 걸림돌이다. 현행 세제로는 저성장시대, 고령화 사회, 복지 사회에 감당하기 어려운 건 분명하다. 시대 변화에 맞도록 현행 세제를 전면 개편하는 일을 서둘러야 할 때다.
최성범 우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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