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매체의 사회ㆍ경제면을 장식하는 주요 사건사고 기사는 발생시기나 이슈에 따라 조금씩 바뀐다. 올해는 연초부터 발생한 의정부 아파트 화재를 시작으로 크고 작은 화재사고가 각 언론매체 뉴스의 중심에 있었다.
그런데 필자가 종사하는 보험업계와 관련된 사건사고 중 각종 매체 경제면에 하루 걸러 등장하는 단골메뉴가 하나 있다. 오히려 너무 자주 접하다 보니 국민들도 매일 듣는 기상예보처럼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 걱정스러운 마음이 커지고 있다. 보험범죄 관련 뉴스가 바로 그것이다.
최근 보도된 뉴스만 보더라도 단순히 보험금을 더 타내려는 허위입원이나 피해확대 같은 소극적 범죄뿐만 아니라 보험금 때문에 처자식을 살해하거나 친딸까지 장애인을 만드는 패륜적 범죄도 서슴지 않고 있다. 그 수법이 날로 흉포화되고 있다.
더구나 직업과 연령대도 다양해져 회사원에서부터 주부, 운동선수, 심지어 10대 청소년까지 가담하고 있다. 이제 보험범죄는 단순히 보험사의 경제적 손실을 야기하는 일에 그치지 않고 타인의 생명과 신체를 위해하고 더 나아가 사회 윤리를 파괴하는 심각한 불안 요소가 됐다. 각계각층에서 보험범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에서도 그동안 보험범죄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2009년부터 '정직한 보험질서 확립대책'을 추진해 왔다. 현 정부 들어서도 보험범죄 근절을 '비정상의 정상화' 핵심 추진과제로 선정했다.
각계각층에서 보험범죄로 인한 사회적 폐해를 차단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검찰에서는 2010년부터 '정부합동 보험범죄 전담대책반'을 조직해 운영하고 있다. 경찰도 올해부터 '보험사기 전담 수사팀'을 신설하고 '교통범죄수사팀'을 확대 운영하는 등 보험범죄 근절을 위한 노력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또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과 손해보험ㆍ생명보험 업계도 보험범죄를 근절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보험업에 거의 평생을 종사한 필자는 보험범죄 근절을 위한 각계각층의 다양한 노력에 무한한 지지와 성원을 보낸다. 머지않은 시기에 우리 사회가 보험범죄로부터 안전해질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필자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우리나라는 보험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다른 보험선진국과 비교해 매우 관대하다. 최근 보험연구원이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보험범죄 행위를 용인할 수 있냐'는 질문에 35%가 '그렇다'라고 답했다. 미국의 경우 '그렇다'고 답한 경우는 5%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는 보험범죄를 단순히 생계형 범죄나 개인적 범죄로 잘못 인식하고 있는 데서 비롯된다. 보험범죄는 의도적이고 계획적인 면에서 생계형 범죄와 다르고 개인이 아닌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반사회적 범죄임을 반드시 인식하고 그 관대함을 거두어야 한다.
또 보험사기에 대한 처벌 역시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 갈수록 보험범죄에 가담하는 직업과 연령대가 다양해지는 양상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보험범죄를 강력하게 처벌함으로써 모방범죄를 사전에 억제해야 한다.
이를 위해 보험사기를 법률에 명확히 규정하고 처벌도 강화해야 한다. 현재 국회에 보험사기죄 신설을 위한 형법 개정안과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제정안이 발의돼 있다. 국회 차원의 논의가 신속히 진행돼야 한다.
범정부 차원의 보험사기 근절을 총괄할 컨트롤 타워를 설치하고 경찰이 운영 예정인 보험사기 전담팀 역시 하루빨리 그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보험사기를 조장하는 브로커나 수리비 및 진료비 허위청구에 대한 기획조사 등을 강화해 조직화된 보험사기에 체계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
각 분야의 보험사기 근절을 위한 개선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미비한 점은 지속적으로 보완하면서 추진해야 한다. 그래서 언젠가는 법률 및 수사시스템도 완비되고 국민의 인식도 제고돼 보험사기가 근절되는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장남식 손해보험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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