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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화재(火災)와 규제의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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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화재(火災)와 규제의 사이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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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가 양의 해이니 만사가 순조롭고 편안하게 풀릴 거라는 기대와는 달리 신년 초부터 화재 및 안전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지난 10일 의정부 도시형 생활주택 등 건물 3동을 덮친 화재사고로 4명이 숨지고 120여명이 다쳤으며 수많은 주민들이 추운 겨울에 이재민이 되어 거리에서 떨고 있다. 또 크고 작은 화재사고, 안전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그러자 언론들이 정부의 잇따른 규제완화가 사고를 키웠다면서 규제완화의 문제점을 들고 나왔다. 의정부 화재사고의 경우 이명박 정부 시절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도입한 도시형 생활주택에 대해 안전과 직결된 각종 규제들을 풀어준 것이 도마 위에 올랐다.

실제 이번 사고를 보면 첫째 건물 간 거리가 너무 가까워 불이 옆 건물로 쉽게 옮겨 붙었고, 둘째 스프링클러가 의무화되지 않았으며, 셋째 건축물 외벽 콘크리트 위에 스티로폼 단열재를 붙이고 그 위에 시멘트를 덧바르는 공법이 가격은 싸지만 화재에 취약한 단점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언론에서 규제완화의 문제점을 일제히 지적하고 나서면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규제완화 움직임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정부는 그동안 규제총량제니 'one -in-one-out 제도(규제 하나를 새로 하려면 다른 규제를 풀어야 하는 제도)' 등을 내세웠다. 그런데 규제완화가 모든 안전사고의 주범으로 몰리게 되면 아무래도 주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경제살리기를 위해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우지만 그동안 규제해제가 잘 안 된 데는 바로 이런 이유가 있다.

그런데 규제완화와 안전은 정말 같이 갈 수 없는 것일까? 대답은 '같이 갈 수 있고 반드시 같이 가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전제가 있다. 상시적인 규제해제 연구 및 실천 조직이 필요하며 특정 정부가 자신들의 집권 기간에 반드시 '뭔가'를 보여주려고 속도전을 펴는 조급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건국 이래 70년이라는 세월이 지나면서 법과 규제가 밀림 속 넝쿨처럼 수 없이 만들어지고 쌓이고 번창해나갔다. 이 가운데는 당시에는 꼭 필요했을지 모르나 새로운 경제를 담기에는 큰 걸림돌이 되는 규제가 있을 것이다. 공무원들의 행정편의주의나 이기주의 때문에 만들어진 엉뚱한 규제도 있을 것이다. 동일한 대상에 대해 여러 관할기관이 존재하다 보니 서로 상충되는 규제도 적지 않다. 무슨 사업 하나를 추진하려면 1t 트럭 분량의 서류 준비가 필요하고 수많은 기관에서 검사를 나오는 바람에 일을 할 수 없다는 자탄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엄청난 규제의 정글에서 반드시 없애야 할 규제의 우선순위를 가려내고 부처별로 겹치는 규제를 단일화하며 반면에 안전 측면에서 꼭 필요한 규제를 더 강화하려면 전문가들로 구성된 상시 조직이 있어야 한다. 규제완화와 규제강화의 원칙을 분명하게 한 후 조직적이고 상시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민간과 규제 공무원들에게 실무적인 의견을 청취하되 규제 문제를 민간이나 규제당국의 손에 오롯이 맡겨서도 안 된다. 민간은 '경제적 효율성'을 명분으로 무조건 풀라고만 요구할 것이고, 공무원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규제를 지키는 데 집착할 수 있다.


또한 규제완화를 특정 정부의 치적으로 만들기 위해 마치 속도전하듯 몇 달 내에 몇 %를 줄이라고 요구하는 그런 규제완화는 하나마나다. 잘못하면 엉뚱하게 안전을 위해 더 강화해야 할 규제가 슬그머니 풀려 나중에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규제완화를 위해 이미 만든 조직이 있는데 이전 정권에서 만들었다고 해서 이를 무력화시키는 일도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 규제완화라는 지향점도 중요하지만 방향성과 속도, 방법론을 더 깊이 고민할 때다.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학 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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