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낯선시선]아동에 대한 국가의 책임

시계아이콘01분 33초 소요

[낯선시선]아동에 대한 국가의 책임 김환학 서울대 행정연구소 특별연구원
AD

무슨 일만 있으면 어린 시절 탓으로 돌리는 정신분석이나 심리상담에 얼마나 동의해야 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기억을 더듬어 어린 시절 힘없다는 이유에서 당한 폭력은 불끈불끈 분노를 일으킨다. 이제 장성하여 그 가해자를 다시 가늠해보면, 비겁하고 야비한 성정을 가진 경멸하여 마땅한 자이리라.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도 있고, 거기까지는 아니라도 정서발달에 결정적인 악영향을 미친다. 아동학대는 오래간다.


어린이집에서 보육을 맡은 자들이 아이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이 CCTV에 녹화되었고 적나라하게 방영되었다. 드러난 곳만으로도 여러 곳이니 아동학대가 만성적이고도 일상적이지 않나 하는 의심이 무리는 아닐 것이다. 아이 키우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여론이 하수상하니 입법조치를 이러저러한 이유로 미루던 국회의원들이 갑자기 꿀 먹은 벙어리, 방언 터지듯 떠들어댄다. 여기에도 부패의 혐의를 둔다면 억울하다고 할지는 모르나 전형적인 클라이언트 정치가 도사리고 있다. 무슨 위원회 만드는 시늉이야 하겠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이슈가 이어지니 동네축구 하듯이 이리저리 몰리다가 차츰 조용해지리라.


더욱 문제는 공무원들이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감독부서들이다. 지금까지 몇 번 보도되었고 형사절차진행 중인 사건도 있는데, 지금까지 어린이집 아동학대를 공무원들은 몰랐나? 국회에서 시끄러운 동안에 마치 법이 없어서 아무것도 못한다는 양 뒤로 물러나있다. 정말 그럴까? 형사법은 차치하고 어린이집을 규율하는 법률인 영유아보육법을 보자. 언뜻 보기에도 이미 많은 규정을 두고 있다. 부모의 모니터링에 대한 근거규정도 이미 규정되어 있고 보건복지부장관이나 지방자치단체장이 CCTV 설치 등에 대해 행정지도를 할 수 있음은 물론이며, 관계 공무원은 개별 어린이집의 운영 상황과 서류를 조사, 검사하게 할 수 있다. 아동에게 신체적 정서적 학대행위를 한 경우에는 어린이집의 폐쇄까지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사실을 공표하여 다시는 이 업계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할 수 있다. 공무원들이 흔히 복지사업분야의 이익집단들이 그악스럽다고 하소연을 하는데, 그렇다면 그만큼의 거리를 두었어야지 이를 핑계 삼아서야 되겠는가.

아동보육제도에 대한 장기적인 대책은 물론 국회와 중앙정부의 일이다. 그런데 '어린이집 아동학대 근절대책'이라고 내놓은 것이 아동학대 처벌 강화와 CCTV 설치 의무화, 부모 참여 확대, 보육교사 자격요건 강화란다. 그중 부모의 참여는 앞에서 밝혔듯이 이미 법률에 규정되어 있지만 효과가 없음이 드러났으니 한 줄 열거하고 그칠 것이 아니라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를 말해야 할 것이다. 그 나머지는 단기적인 대증요법일 뿐이다. 이러한 차원의 대책으론 보육교사의 자질이 제일 중요하다.


처우가 좋아지면 좋은 사람이 올 것이고 여유도 생긴다. 국가의 보조금을 어린이집 원장이 아니라 보육교사에게 직접 지급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근본적인 문제는 국가가 아동보육을 민간에만 미루려는 태도이다. 사인으로서는 당연히 영리목적을 위해 비용이 덜 드는, 자질이 부족한 보육교사로 운영하기 마련인 것이 드러나지 않았는가. 감독의 강화 이전에 국가의 책임을 늘려야 한다.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대하여 민간 어린이집과 경쟁시켜야 한다. 문제가 생기면 어린이집을 폐쇄하여 부모에게 이중고를 줄 것이 아니라 운영자를 바꾸면 된다. 공공기관이, 경우에 따라서는 학부모의 자원봉사를 받아서 운영하는 방안도 생각해봐야 한다. 이로 인해 추가되는 비용을 원인유발자인 원장이나 보육교사에게 부담시키는 등의 조치는 부차적인 것이다.


김환학 서울대 행정연구소 특별연구원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