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신문 김현정 기자] "에스콰이아 인수가격, 결코 비싸다고 생각치 않습니다. 60년 된 브랜드는 그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은 25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 컨벤션홀에서 개최된 '샤트렌 론칭 30주년 기념행사'에서 기자와 만나 "에스콰이아 등 구두명가 브랜드들을 잘 살리겠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앞서 지난 17일 형지는 에스콰이아, 영에이지, 미스미스터, 소노비 등 제화 브랜드를 운영하는 EFC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인수가격은 67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에스콰이아와 같이 오랜 전통을 가진 브랜드를 꼭 운영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면서 "아직 인수가 마무리 되진 않았지만, 이 훌륭한 브랜드를 잘 살려야겠다는 의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에스콰이아는 1961년 고(故) 이인표 창업주가 서울 명동에 설립한 뒤 빠르게 성장, 금강제화와 함께 국내 대표 토종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1990년대 부동산 매입 등으로 부채가 증가하고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크게 흔들렸다. 2009년 8월 사모투자펀드인 H&Q아시아퍼시픽에 인수됐지만, 실적이 악화되면서 지난해 8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업계에서는 장인정신과 오랜 경험 등을 중시하는 제화업계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H&Q가 내부 단속에 실패한 사례라고 보고 있다. 2013년에는 전 직원의 35%를 희망퇴직 시키는 과정에서 노조가 파업을 벌여 생산 중단에 이르기도 했다.
최 회장은 오랜 기간 동종업계에 종사했던 만큼, 에스콰이아 측과 마찰 없이 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지난 2011년부터 한국의류산업협회 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그는 "나는 의류협회장으로서, 누구보다 이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는 CEO 중 하나라고 자부한다"면서 "고용승계도 문제없이 진행할 것이고, 이런 부분에 대해 직원들에게 이미 잘 당부해뒀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일어서는 데 시간이 다소 필요하겠지만, 기존 메이저 백화점 등 채널을 활용해 같이 일어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제화 뿐 아니라 다양한 제품군으로의 사업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그는 "여성복 브랜드인 샤트란을 통해서 침구, 그릇, 커튼 같은 제품군을 선보이며 영역을 확대할 것"이라면서 "가벼운 스포츠 웨어와 홈 퍼니싱을 다룰 계획"이라고 말했다. 형지는 인수ㆍ합병 등 방식으로 관련 사업을 전개하는 방안도 구상중이다. 샤트렌은 1985년 논노그룹에서 론칭한 토종 여성 캐주얼 브랜드로 2006년 형지가 상표를 인수했다.
그는 "예순이 넘은 나이지만 의류 뿐 아니라 식음료, 유통업 등 다양한 분야에 도전할 것"이라면서 "대만과 중국 등 해외 진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역설했다.
한편, 형지는 EFC 인수와 관련 26일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다음달 중순까지 실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다음달 말 투자계약 체결 후 4월 16일 인수대금을 전액 납입하고 나면 인수가 마무리 된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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