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이날만 기다렸는데 아쉽네요."
프로축구 전북 현대의 미드필더 이재성(23)은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표정으로 라커룸을 나섰다. 날아오는 공에 맞아 부어오른 왼쪽 윗입술 통증도 개의치 않았다. "개막경기라 골에 대한 욕심을 냈는데 기회를 살리지 못했네요."
그는 24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시와 레이솔(일본)과의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E조 조별리그 1차전(0-0 무)에서 두 차례 골과 다름없는 기회를 잡았다. 전반 4분 헤딩슛으로 기록한 득점은 오프사이드로 무산됐고, 전반 26분 벌칙구역 안에서 시도한 슈팅은 크로스바를 맞았다. "초반에 득점이 나왔다면 경기 양상이 크게 바뀌었을 것"이라는 최강희 감독(56)의 아쉬움과 맞닿는 장면이다.
최 감독은 이재성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하면서 전방 깊숙이 침투해 상대를 압박하고, 공을 따내는 역할을 주문했다. 날쌔고 패기 넘치는 움직임을 활용해 주도권을 잡고, 공격을 전개하기 위한 포석. 이재성은 지난해 프로에 데뷔한 새내기 미드필더지만 임무를 해낼 적임자다. 주눅 들지 않고 에두(34), 에닝요(34) 등 베테랑 공격수들 틈에서 빈 공간을 찾아 쇄도한다. 2선으로 흐른 공을 재빨리 낚아채 공격의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전북은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는 물론 다음달 7일 개막하는 K리그 클래식에서도 상대 팀들의 집중 견제를 이겨내야 한다. 탄탄한 선수 구성으로 일찌감치 우승후보로 꼽히는 만큼 전북을 상대하는 팀들은 수비에 무게를 두고 경기할 가능성이 크다. 최 감독도 이를 염두에 두고 있다. 그래서 동계전지훈련 기간 동안 전방 압박과 빠른 속도로 공격을 전개하는데 중점을 뒀다.
이재성은 그 전술 운용의 핵심이다. 신형민(29), 정혁(29), 이승기(27) 등 군 입대 선수들과 이적한 김남일(38·교토상가)까지 경험 많은 미드필더들의 공백도 메워야 한다. 최 감독은 "(이재성이)동계훈련에서 지난해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 상황에서 따라서는 중원에서 경기를 조율하는 역할까지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
이재성은 가상공간인 축구 게임을 통해 경기 흐름을 읽는 시야를 넓힌다. 다양한 각도에서 화면을 들여다보면서 패스를 연결하는 타이밍과 동료 선수들의 움직임을 머릿속으로 구상할 수 있어 도움이 된다고 했다. 실전 경기를 위한 시뮬레이션. 데뷔 첫 해부터 정규리그 스물여섯 경기를 뛰며 네 골과 도움 세 개를 올려 팀 일조한 그는 2년 차인 올해 찬스메이커로 발돋움하는 것이 목표다. "프로데뷔 때보다는 여유가 생겼어요. 검증된 외국인 공격수들과 함께 뛰니 골 기회를 만들어 주면 득점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요."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