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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덕수의 거친 삶을 품는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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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덕수의 거친 삶을 품는 리더십 소민호 건설부동산부장 겸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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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속들이 알지는 못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분이 사우디아라비아 열사의 사막에서 일했다는 점이다. 1980년 전후부터 10여년 거친 삶을 거쳤다고 한다. 에어컨은 생각도 못한 채 1년 내내 악조건을 감내하며 육체노동에 종사한 그분은 한참 전 고인이 되셨다.


'열사의 사막'이라는 말은 그럼에도 그 인근 국가를 직접 들러보기 전까지 내게는 '그저 그런' 추상적 개념에 불과했다. 잠깐이었지만 직접 경험을 해보니 비로소 실감이 되는 그 무엇이었다. 겨울철 몇 달을 제외한 나머지 계절의 중동지역 외부 환경은 혹독함 그 자체다. 뜨거운 열기는 사우나를 연상케 한다. 후텁지근함과 후끈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고온의 상태가 하루종일 이어진다. 숨이 막힌 나머지 서울행 비행기를 탈 시간을 학수고대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넉넉한 웃음과 향긋한 막걸리 냄새로 기억되는 그분은 귀국해서도 같은 직업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번듯한 아파트나 단독주택으로 이사하지 않고 넉넉하지 못한 삶을 사셨다. 중동의 근무여건을 생각한다면 상대적으로 좋은 기후와 가족과 함께하는 생활만으로도 만족했다고 해야 할까. 그렇게 4녀1남을 훌륭하게 키워냈다.


영화 '국제시장'의 덕수와 달구, 영자의 삶을 이어 고달픈 시대를 맨몸으로 이겨낸 주인공임이 분명하다. 굳이 누구라고 지칭하지 않더라도 지금의 경제기반을 다지기 위해 헌신해온 이들은 적지 않다. 해외뿐 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산업현장 곳곳에서 수많은 이들이 험하고 어려운 일들을 자청해 완수했다. 더 나은 품질의 제품을 만들어 인정받기 위해 땀 흘리고, 그 보상으로 입에 풀칠했다.

대한민국의 경제발전 초기에 온몸을 던져야 했던 세대에서는 "왜 당신만 희생해야 하느냐"고 울부짖는 아내라도 있으면 다행이었다. 당장의 호구지책을 위해 그런 일자리를 얻기 위해 서로 경쟁했다. 광부로 뽑히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인 덕수처럼 말이다. 500명을 뽑는데 4만6000명이 모여들었다지 않은가.


50여년 전 경제부흥의 선구자 역할을 했던 파독 광부와 간호사를 국가유공자에 준하는 서훈자로 지정하자는 취지의 법률이 제정된다는 소식이다. 생활에 시달리는 국내 정착 희망자에게 국민임대주택을 특별공급하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한 데 이어지는 '보은' 시리즈다. 이들의 고난을 기리고 조금이라도 국가 차원의 보상을 해주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이에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직접 나서 이들의 노고를 언급하고, 편지를 보내고, 함께 영화를 감상하며 눈물을 적셨다. 이런 국가적 움직임에 8000여 파독 광부와 1만1000여 파독 간호사를 대표하는 단체는 감격해하고 있다. 각종 법안 마련과 함께 대통령까지 나섬으로써 비로소 국가가 그들의 존재와 그 수고로움을 인정해줬다는 점에서다. 그동안 수없이 존재감을 인정해달라고 애달픈 목소리를 내왔음을 감안하면 그 심정을 어림짐작할 수 있다.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 내외의 "결코 당신들을 잊지 않겠습니다"는 말을 딸인 대통령이 입증하는 차원이며, 이를 통해 정치적 지지기반을 넓히기 위한 의도라는 지적은 있다. 그럼에도 그 자체로 의미가 적지 않다. 대통령이 특정 대상을 향해 지속적인 관심을 표명하고 챙기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안이어서다. 불통의 이미지를 가진 대통령이 2만명이라는 작은 계층과 소통하려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일이어서다.
내일로 박 대통령은 취임 3년차를 맞는다. 단임제 대통령으로서는 어느때보다 강력한 통치력을 발휘해 성과를 거둬야 할 시기라는 지적이 많다. 이에 소통을 늘려갈 것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높다.


파독 당시와 비교해 지금은 훨씬 더 다원화된 사회다. 절대적 배고픔은 해소됐지만 그 속에서 덕수와 같은 희생한 삶은 많고 상대적 소외감도 만연하다. 파독 근로자들 챙기듯 이들을 대한다면 소통문제나 낮은 지지도는 해소될 수 있지 않을까.






소민호 건설부동산부장 겸 사회부장 sm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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