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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차미네이터'를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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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차미네이터'를 보내며 허진석 스포츠레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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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월드컵 4강의 감동이 채 가시기도 전이었다. 그해 7월25일 오후에 나는 독일 레버쿠젠의 비스마르크 거리에 있는 체육관 '빌헬름 도파트카 할레(지금은 슈미트 아레나로 바뀌었다)'에서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이 체육관은 바이엘이 보유한 남자농구팀(바이엘04 자이언츠)의 홈 경기장이다. 나는 회사의 지원을 받아 오전에는 쾰른에서 학교에 나가고 오후에는 레버쿠젠에 가서 농구를 했다. 그날도 오후 훈련을 앞두고 클럽하우스에서 선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길 건너 바이아레나(레버쿠젠 축구팀의 홈구장)에 딸린 린드너호텔 입구에 메르세데스 승용차가 멈추고, 차범근 전 감독과 부인 오은미씨가 내렸다. 나는 독일에 간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그곳 생활에 전념하려던 때여서 차두리 선수가 분데스리가에 진출하기 위해 독일에 갔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 그날 린드너호텔 4층 객실에서 차 전 감독 부부의 설명을 듣고 돌아가는 사정을 이해했다. 차 선수의 거취는 독일 현지에서도 화젯거리였다.

내 기억에 당시 차 선수를 데려가고 싶어 안달이 난 구단은 뒤스부르크였다. 감독은 피에르 리트바르스키, 차 전 감독과 각별한 사이다. 차 전 감독 부부는 그의 호의에 감사하면서도 아들을 보내지는 않았다. 당시 뒤스부르크는 2부리그에 있었고 분데스리가(1부리그) 소속인 보훔에서도 차 선수를 원했다. 오은미씨가 말했다. "고마웠죠. 그렇지만 피에르에게 말했어요. '야, 그래도 보훔은 분데스리가 아니냐'고요. 피에르도 이해하더군요."


나는 이때 '차 선수, 참 힘들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차범근의 아들'이 하부리그에서 시작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결국 차 선수는 레버쿠젠과 계약한 다음 빌레펠트에 임대되었다. 이듬해에는 프랑크푸르트로 임대되어 아버지가 몸담았던 두 팀에 모두 기록을 남겼다. 그러나 두 곳에서 모두 아버지를 뛰어넘는 업적은 이루지 못했다. 이 모든 일들이 차 선수에게는 마음의 짐이었을 것이다. 그러기에 지난해 말 K리그 시상식에서 베스트 일레븐에 선정된 뒤 남긴 수상 소감이 가슴을 울렸다.

"차범근의 아들로 태어나 축구로 인정받기는 정말 힘들다. 그런 자리가 되어서 감사하고 기쁘다."


차 선수가 그 말을 할 수 있게 되기까지 얼마나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을지 상상할 수 없다. 그러기에 이번 아시안컵에서 우리 대표팀이 꼭 우승하기를 기대했다. 우리 축구에도, 차 선수에게도 필요한 우승이었다. 차 선수는 눈부시게 활약했다. 하지만 아시안컵 우승을 놓침으로써 '축구선수 차두리'가 아버지 이상의 업적을 이룰 기회는 사라졌다.


지난해 이맘때 서울 평창동에 있는 차 전 감독의 집에 지인들이 모여 떡국을 들면서 새해 인사를 나눌 때의 일이다. 차 전 감독의 현역 때 사진을 보면서 다들 "와, 저 허벅지…" 하고 감탄했다. 그러다 누군가 "두리도 아버지에 비하면…" 하고 혼잣말을 했는데 오은미씨는 기뻐하지 않았다. 그녀는 지나가는 말처럼 한마디 했다. "차 감독은 농부의 아들이지만, 두리는 세계적인 스타의 아들인데 아버지와 비교할 이유가 없죠."


옳다. 대표팀에서 은퇴했고, 클럽에서도 선수생활의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는 차 선수가 기억해주었으면 하는 말이기도 하다. 차 선수는 아버지가 가보지 못한 곳까지 가 보았고(월드컵 4강·두 차례 월드컵 참가) 아버지가 받은 존경 이상으로 사랑받았다. 더구나 그에게는 선수생활을 끝낸 다음에도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았다. 클럽 유니폼마저 벗은 뒤라도 '차미네이터'는 우리 곁을 오래 지킬 것이다.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차 선수에게 위로를 보낸다. 차 선수가 있어 우리도 행복했다.






허진석 스포츠레저 부장 huhbal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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