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법 위반 '이름' 가리고 아웅
판매정지 받았지만 더샘은 'EX'추가, 에뛰드는 '힐링' 빼고 판매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 18일 서울 명동 화장품 거리의 '더샘' 매장.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이 시작되면서 요우커(遊客ㆍ중국인 관광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하라케케에멀전'은 가장 인기있는 제품 중 하나. 이 제품은 화장품법을 어긴 표기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3개월간의 판매정지 처분을 받았지만, 제품명만 살짝 바꿔 버젓이 매대에 올라와있다.
'유명무실'한 식약처의 행정처분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화장품법을 어긴 표시ㆍ광고 행위에 대해 사실상 아무 효력도 없는 제재만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식약처는 최근 아모레퍼시픽 계열 브랜드숍인 에뛰드하우스의 '에뛰드하우스달팽이힐링시트마스크'와 한국화장품의 브랜드숍인 더샘의 '더샘어반에코하라케케에멀젼' 제품이 화장품법을 위반했다며 2월17일부터 5월 16일까지 3개월간의 판매업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에뛰드의 마스크시트는 포장에 '힐링' '손상받은 피부의 회복을 도와줍니다' 등의 문구를 써 문제가 됐다. 화장품법 13조는 '의약품으로 잘못 인식할 우려가 있는 표시 또는 광고'를 부당한 표시ㆍ광고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더샘의 하라케케에멀젼의 경우 공동개발사인 '리빙네이처'를 설명하면서 '세계적인 유기농 브랜드'라고 표현한 게 지적됐다. 제품자체는 유기농 제품이 아닌데, 해당 문구 때문에 소비자들이 잘못 인식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화장품법 13조에서는 역시 '기능성화장품 및 유기농화장품이 아닌 화장품을 기능성화장품 및 유기농화장품으로 잘못 인식할 우려가 있는 표시 또는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두 제품은 모두 지난해 8월 말 식약처가 실시한 기획감시에서 문제가 적발됐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두 제품은 모두 시중에 판매되고 있다. 제품 성분의 문제가 아닌 표현상의 오류였기 때문에 이 부분을 수정, 제품명을 바꿔 판매하면 법적으로 제재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기획감시와 소명기간을 거친 다음에야 행정처분을 하기 때문에 때문에 업체측은 실제 처분 전까지 새제품을 준비할 충분한 시간도 확보할 수 있다.
현행법상 기능성화장품(미백, 주름, 자외선차단)을 제외한 화장품은 화장품제조판매업자에 한해 별다른 등록이나 허가없이 출시할 수 있다. 문제가 됐던 표현을 수정하고 제품명을 살짝 변경해 판매하는 '편법'은 이제까지 사실상 용인돼왔다.
실제로 에뛰드 마스크시트는 지적받은 '힐링'이라는 단어는 제품명에서 빼고 '달팽이 케어링 하이드로 마스크'로 이름을 바꿨다. 더샘 제품 역시 기존 제품명인 '하라케케에멀젼' 뒤에 'EX'라는 영문표기만 붙여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문제가 된 문구 '유기농 브랜드'는 '친환경 브랜드'로 교체했다. 두 제품 모두 전체적인 디자인이나 컬러는 유지해 소비자 입장에서는 같은 제품이라고 인식할 수 있게 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허술한 처분이 업계의 과대ㆍ허위광고를 조장한다는 지적도 제기한다. 차라리 과태료 등을 부과하는 방법이 효과적이라는 것.업계 관계자는 "분명히 화장품법을 어겨 적발이 됐는데도, 사실상 제품은 그대로 팔 수 있고 아무런 패널티가 없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경우에 따라 다양한 행정처분이 있고, 표기 문제로 판매정지 처분을 받으면 '해당 제품'의 판매를 할 수 없는 게 원칙적으로 맞다"면서 "(각 업체의 대응 상황에 대해)문제가 있다 없다라고 단언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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