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오는 16일(현지시간) 브뤼셀에서 열리는 긴급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무장관 회의(유로그룹)에서 그리스 문제의 해법이 도출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주말판에서 보도했다.
FT는 그리스가 28일 만료되는 1720억유로 규모 기존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종료하고, 가교(브릿지) 프로그램이 가동되지 않는 상황에서 채무 문제 해결을 위한 새 협상에 나서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라고 꼽았다.
기존 구제금융 연장은 유럽 채권단이 가장 선호하는 시나리오지만,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총선 공약으로 내건 구제금융 연장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실현 가능성은 적다.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지난 11일에도 브뤼셀에서 만나 그리스 문제를 논의했지만 구제금융 연장 불가를 고집하는 그리스와 나머지 국가들 간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아 최종 합의문을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
그리스는 16일 회의에서 가교 프로그램 합의를 원하고 있다. 가교 프로그램이란 기존 구제금융 대신 6월 초 새 협상 체결 때까지 버티는 데 필요한 자금을 유럽중앙은행(ECB) 등으로부터 지원 받는 것을 말한다.
가교 프로그램은 크게 ECB 재정증권(T-bill·만기 1년 미만 국채) 발행한도를 늘려 100억유로를 조달 받는 것과 ECB가 보유하고 있는 그리스 국채의 수익 18억유로 및 그리스 은행권 자본확충기금에 남아 있는 109억유로를 지원 받는 방식으로 가동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실현 가능성은 없다고 FT는 진단했다. 무엇보다 ECB가 재정증권 추가 발행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유럽연합(EU) 관료들은 나머지 두 가지 재원도 그리스가 현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유지하는 선에서만 지원이 가능한 상태라고 못 박고 있다.
FT는 가장 유력한 긍정적 시나리오는 기존 그리스 구제금융 프로그램이 종료되고 새 협상에 돌입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비록 기존 구제금융 프로그램이 중단되더라도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이 2016년 말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그리스가 새 협상을 마무리할 때 까지 긴급 유동성은 조달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채권단과 체결한 기존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던 최대 채권국 독일도 타협 의지를 보이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독일은 그리스에 긴축 정책 수위를 낮춰 주문하거나 채무 상환 만기일을 늦추는 쪽으로 채무 조정에 합의할 수 있다.
다만, 그리스가 새 협상을 채결할 때 까지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지지 않고 버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리스는 아직 현금이 고갈된 것은 아니라고 불안감 해소에 나서고 있지만 유로존 관료들은 그리스가 추가 유동성 지원을 못 받을 경우 당장 다음 달 자금난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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