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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의 그림자 "V리그 V 합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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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프로배구 도로공사 통역사 홍이수 씨, 코트 밖의 분투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3세트 24-21. 여자 프로배구 한국도로공사의 외국인 공격수 니콜 포셋(29·미국)이 왼쪽에서 시도한 강한 스파이크가 KGC인삼공사의 코트에 꽂혔다. 원정(10일·대전충무체육관)에서 3-0 승리를 확정지은 매치포인트. 니콜은 서브에이스 한 개와 블로킹 두 개를 묶어 양 팀 가장 많은 28점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상대팀 선수들과 악수를 마친 그는 환한 얼굴로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먼발치에서 지켜보던 통역사 홍이수(29) 씨도 그제야 밝은 표정으로 니콜에게 다가갔다.


홍 씨는 니콜의 그림자다. 작전타임 때는 서남원 감독(48)의 주문을 빠르게 파악한 뒤 니콜에게 전달한다. 손짓을 섞어가며 30초 남짓한 짧은 시간을 꽉 채운다. 수훈선수 인터뷰에 동행하고 경기 도중 휴식 시간마다 수건과 음료수를 챙겨준다. 멋진 경기를 하거나 팀이 앞서 갈 때면 열혈 응원단으로 바뀐다. 경기 전이나 훈련할 때는 장비를 함께 챙기고 메모도 하면서 코칭스태프를 돕는다. 그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팀의 일원으로서 도울 일이 있으면 찾아서 한다"고 했다.

홍 씨는 시행착오를 여러 번 겪었다. 2013년 도로공사 통역으로 고용된 그는 낯선 용어와 운동선수들의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 2001년부터 10년 넘게 캐나다에서 유학해 외국어는 자신 있었지만 스포츠는 전혀 몰랐다. "감독님이 설명하는 지시사항은 대개 함축적인데 선수들은 다 알아듣더라고요. 저는 배구에 대한 기본적인 규칙도 모르는데 외국인 선수에게 설명하려니 참 난감했어요."



그런 그에게 한 시즌 먼저 도로공사에 입단해 여자부 외국인 선수 가운데 가장 오래 V리그에서 뛴 니콜은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했다.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동갑내기 친구이자 국내 무대에 익숙한 선수라 저를 많이 이해했죠. 워낙 성격이 좋고 배려심이 깊어 모두에게 사랑받는 선수잖아요." 업무에 대한 애착과 함께 배구를 보는 안목도 생겼다. "가끔은 니콜에게 조언을 해줄 때도 있어요. 가령 '뒤에서 넘어오는 공을 때릴 때 자세가 흔들리면 어떤 방향으로 대비하는 것이 좋겠다'는 식이죠."

홍 씨는 외국인 선수와 단짝처럼 지내면서도 관계를 유지하기가 늘 쉽지만은 않다고 한다. "철저하게 비즈니스 마인드를 지키죠. 니콜이 김치찜도 잘 먹고 한국인과 같은 친숙함을 느낄 때도 있지만 문화적인 차이는 분명히 있어요. 경기가 안 풀려서 힘들어하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해요." 그는 통역과 외국인 선수의 관계를 '동병상련'으로 정리했다. "낯선 환경에서 생활하면서 외로움을 느낀 공통점 때문에 더 가까워졌어요. 목표는 똑같이 우승이에요."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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