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능동 어린이대공원 맹수사에서 사육사 김모씨 사자에 물려 숨져..."동료 휴가로 혼자 근무"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유제훈 기자] 서울 능동 어린이대공원 맹수사에서 사육사 김모(53)씨가 사자에 물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안찬 어린이대공원장은 이날 오후 5시20분께 어린이대공원 회의실에서 기자 브리핑을 열고 숨진 김씨가 방사장 내에서 '동물행동 풍부화 프로그램'을 진행한 후 뒷정리를 하던 도중 암·수사자 2마리에게 물려 숨졌다고 밝혔다.
숨진 김씨는 20년 경력의 사육사로, 맹수사에서 근무한 지 3년가량 됐다. 어린이대공원 맹수사에는 평소 2명이 근무하지만, 어린이대공원 휴무일인 이날 동료가 휴가를 내면서 김씨는 홀로 근무하게 됐다.
동물행동 풍부화 프로그램은 동물의 움직임을 활발하게 만들기 위해 동물모양을 한 종이구조물 안에 먹이를 놓고 '모의 사냥'을 하게 하는 훈련 방식이다. 이날 풍부화 프로그램에는 사자 7마리가 참여했으며, 김씨를 공격한 숫사자(10살)·암사자(6살)도 포함돼 있었다.
어린이대공원 측에 따르면 숨진 김씨는 풍부화 프로그램이 마무리 된 후 1시50분~2시10분 사이 홀로 방사장 안으로 들어가 뒷정리를 하던 중 두 사자에 의해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 이후 김씨는 점검을 위해 사육장을 찾은 소방담당자에 의해 오후 2시25분께 발견됐다. 이 소방담당자는 "발견했을 때 김씨는 하의가 벗겨진 상태로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두 사자가 김씨 주위를 배회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직원들이 두 사자를 내실로 격리시킨 뒤에야 어린이대공원 측은 오후 2시49분께 사고사실을 119에 신고했다. 김씨는 인근 건국대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끝내 오후 4시께 숨졌다.
안 원장은 "고인과 유가족께 깊은 애도와 사죄를 드리고, 시민들께도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최대한 빠른 수습을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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