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 인천 영종대교 상부도로 서울 방향 차로에서 버스와 승용차 등 106대가 연쇄 추돌하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2명이 숨지고 63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60여명의 사상자를 낸 2006년 10월의 서해대교 29중 추돌사고, 2011년 12월의 천안~논산고속도로 104중 추돌 사고에 버금가는 최악의 교통사고다.
일차적 책임은 안전수칙을 무시한 운전자들에 있다. 당시 영종도로 일대는 짙은 안개로 가시거리가 10여m에 불과했다. 50% 감속 운행에 앞차와의 안전거리 확보는 필수다. 하지만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이를 지키지 않아 첫 추돌사고 이후 뒤따라오던 차들이 급정거하면서 잇따라 앞차를 들이받았다.
운전자만 탓할 일도 아니다. 민자로 건설된 영종대로는 바다를 가로질러 평소에도 해무가 자주 끼는 등 사고 위험성이 큰 곳이다. 그러나 다리 운영사 신공항하이웨이는 이상 기후를 파악해 차량 운행 속도를 자동으로 낮추게 하는 가변 속도 제한 장치 등 안전 시스템을 갖추지 않았다. '안개주의 감속운행'이란 전광표시가 고작이다. 그나마 전광판 안내도 다리 구간에는 없다. 다리 시작 전 7㎞ 정도에 3개가 있을 뿐이다. 신속한 고장차 처리와 도로상황에 대한 정보 제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사고가 커졌다. 다리가 전광판 무게를 견디기 어렵다는 등 때문이라고 하지만 속내는 비용을 아끼려는 것이라고 한다. 통행료는 일반 고속도로에 비해 훨씬 비싸게 받으면서 안전은 뒷전인 셈이다.
초동 대처도 미흡했다. 사고 초기에 차량들의 추가 다리 진입을 막았더라면 대형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기상청이 영종대교에 안개 관측 장비를 한 대도 설치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 게다가 안개 특보제는 7년째 시범 운용만 반복 중이다. 대형사고를 방치한다는 비판을 들을 만하다.
영종대교는 인천공항을 통해 입출국하는 이들이 반드시 거치는 대한민국 관문 성격의 다리다. 그동안에도 폭주차량 등의 문제가 많았다. 기상 상황에 관계없이 철저한 사고 예방 대책이 필요하다. 안개 제거 장치, 가변 속도 제한 장치 등 안전 시설을 구축하는 것도 급하다. 운전자들이 안개나 폭우, 폭설에서 감속 운전하는 초보적인 교통안전 수칙 준수의 중요성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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