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표현이지만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을 한다. 하지만 온라인 마케팅시장에서 이 문장은 훨씬 더 짧은 기간을 나타내는 말로 대체돼야 할 듯하다. 웹 환경이 전 국민의 삶 속에 깊숙이 자리 잡은 지 오래지 않아 모든 일상이 모바일을 통해 해결되는 '모바일 퍼스트화(Mobile first)'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16일 KT 경제경영연구소는 '2015 모바일 트렌드 전망'을 통해 올해 스마트폰 사용률이 50% 이상인 국가를 중심으로 모바일 퍼스트화가 더욱 빠르게 퍼져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우리나라 전체 인구 4900만명 중 80% 이상이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있으며 매달 100만명 정도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에릭 슈밋 구글 회장은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모바일 퍼스트를 넘어 이제는 '모바일 온리(Mobile only)'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고까지 말하기도 했다.
모바일 온리 시대가 이전 시대와 구분되는 점은 한 기업의 시장 독점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데 있다. 사용자들은 각자의 휴대용 기기를 가지고 자신에게 필요한 콘텐츠만을 애플리케이션 단위로 취사 선택해 사용한다. 이제는 더 이상 네이버로 대표되는 PC 홈 화면을 장악한 포털이 시장을 지배하는 시대가 아니라는 말이다. 수천 개의 기능을 가진 앱들을 다양한 경로로 활용하기 때문에 한 기업이 제공하는 종합 서비스 대신 각 서비스 영역에서 강세를 보이는 그룹별 '대표 앱'들이 출현하는 것도 두드러진 추세다.
변화된 환경 안에서 기존 기업들도 돌파구 마련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 네이버는 수년간 공들인 메신저의 마케팅 강화와 함께 모바일 쇼핑 검색을 개편하고 간편 결제인 네이버페이도 상반기 중으로 론칭을 예고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으며, 카카오톡 또한 카카오페이, 카카오택시 등을 내놓는 등 대응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활동들 모두 하나의 플랫폼 안에 다양한 서비스를 함께 선보인다는 기존 온라인시장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모양새다.
진정 모바일 온리 환경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단순히 웹에서 구현되던 서비스를 손바닥 위로 옮겨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용자들이 사용 상황별로 그때그때 필요한 앱만을 선택하는 사용행태에 적합하게 모바일 환경에서 태어나 머리부터 발끝까지 사용 환경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지향하는 '진짜 모바일 기업'으로의 변모가 필요하다.
진짜 모바일 기업의 요소로는 전문성과 벤처정신을 꼽을 수 있다. 모바일 온리 시대의 기업은 누구보다 자사의 앱 서비스가 활용될 수 있는 상황을 잘 이해하고, 그 순간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요소들이 무엇인지 이해해야 한다. 오랜 기간 축적된 데이터와 노하우가 핵심이다. 2012년 페이스북이 직접 서비스를 만들지 않고 인스타그램을 인수한 것도 이런 전문성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벤처정신 또한 중요한 요소다. 급변하는 모바일 시대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서는 보다 작고 의사 결정이 빠르며, 주체적으로 움직이는 조직이 필요하다. 조직원 하나하나가 빠르게 변모하는 외부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빠르게 혁신을 추구하는 분위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모바일 기업의 연합을 꿈꾸는 옐로모바일의 움직임도 주목할 만하다. 옐로모바일이 추구하는 경영 방식은 각 그룹별 강자들을 모아 모바일 연합군을 구축, 다양한 모바일 플랫폼 및 서비스를 제공함과 동시에 소속 기업 간의 공동 마케팅 등을 통해 서로 간의 시너지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특히 소속 기업들이 독립된 경영을 보장받아 소규모 기업의 성장동력인 벤처정신을 유지한 채 상호 협력을 통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 내고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변화된 환경에 얼마나 빨리 적응하는가가 기업 생존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 변화를 재빨리 받아들이고 거기에 맞게 유연하게 조직을 운영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눈앞에 닥친 모바일 온리 시대, 누가 진짜 모바일 기업인지 그 결과는 머지않아 드러날 것이다.
김영호 말랑스튜디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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