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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소양없는 법조인은 그냥 法 기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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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건주 사법연수원 부원장 '동양고전' 예찬…검사 상대로 논어·맹자 강의, '책'으로도 펴내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청년(靑年)'은 생물학적인 나이만 놓고 판단해서는 곤란하다. 10~20대 젊은 세대 못지않은 배움의 열정을 지녔다면 청년으로 불러도 무방하지 않을까. 가장 공부 잘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곳, 바로 사법연수원에서 '50대 청년'을 만났다.


주인공은 검사 생활만 20년이 넘은 검사장 출신 이건주 사법연수원 부원장(51·연수원 17기)이다. 그는 자신이 공부에 푹 빠져 있다면서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열변을 토했다.

중간중간 위트도 곁들이며 이야기를 풀어갔다. 얼마나 재미있는 것이기에 50대의 나이에 청년과 같은 지적 호기심이 생겼을까. 그가 배움의 매력에 심취한 분야는 '동양고전'이다.


"인문학 소양없는 법조인은 그냥 法 기술자" 이건주 사법연수원 부원장이 '동양고전'에 담긴 지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우창 기자 smic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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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원장은 "배움과 윤리, 윤리와 가치 이런 것들이 별개의 관계가 되는 것은 슬픈 상황이다. 법조인이 인문학적 소양이 없으면 그냥 천박한 법 기술자로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 부원장은 검찰이 신뢰의 위기를 겪는 원인과 관련해 인문학적 소양을 길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군거림을 당연히 예상하면서 망설임 없이 강행했다. 확신이 있었다. 검찰 신뢰와 자부심이 점점 떨어지는 상황에서 지혜와 통찰로 가득한 동양고전을 안내하고 가르침을 함께하고 싶었다." 이 부원장은 대전지검장 시절인 2013년 4월 검사들을 상대로 '동양고전 아카데미'를 열었던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금요일 점심시간 때 동양고전 공부를 하자고 하니 검사들은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검사장이 불렀으니 안 갈 수도 없고, 가자니 한자투성이 동양고전 공부 생각에 머리가 지끈지끈 아플 수밖에 없었다. 이 부원장은 4월부터 12월까지 8개월 동안 논어 맹자 중용 대학 도덕경 손자병법 등을 강의했다. 그러다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인사발령이 났다.


"드디어 훈장(訓長)의 길로 가시는군요." 후배 검사들의 반응이었다. 처음에 부담을 느꼈던 검사들도 하나 둘 '이 훈장'이 열어 보인 동양고전의 가르침에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부원장은 "검찰의 전략을 논어에서 뽑아서 설명했더니 '고전에 다 있네요'라며 놀라는 분위기였다"면서 "대전지검이 3분기 연속 실적 1위를 했을 정도로 업무능률도 향상됐다"고 말했다.


"인문학 소양없는 법조인은 그냥 法 기술자" 이건주 사법연수원 부원장이 '동양고전'에 담긴 지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우창 기자 smicer@asiae.co.kr


이 부원장은 대전지검장 시절 강의 내용을 토대로 책을 펴냈다. 녹음파일과 파워포인트 자료 등을 남기고 떠나려 했는데 후배 검사들이 "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도록 책을 써 보라"고 권유했고,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게 '탈바꿈의 동양고전'이라는 책이다.


이 부원장은 바쁜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7개월에 걸쳐 내용을 다듬은 끝에 책을 펴낼 수 있었다. 이 부원장이 동양고전에 입문하게 된 시기는 사실 얼마 되지 않았다. 책까지 펴낸 것을 보며 자신을 동양고전 권위자로 보는 시선에 부담을 느낀다고 한다.


이 부원장은 안산지청장 시절인 2010년 한국능률협회 강의를 계기로 동양고전 배움의 길로 들어섰다. 지금도 매주 월요일 새벽 서울 강남에서 지인들과 배움의 시간을 나눈다.


전·현직 CEO, 의사, 법조인 등이 모여서 동·서양 고전을 공부하고 리더십 함양을 위한 시간을 가진다. 좋은 조직, 존경받는 조직을 만들려면 동양고전의 지혜를 배워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사기업이든 공조직이든 진정한 신뢰와 존경, 지속가능한 성장을 원한다면 배움, 공감, 윤리 등 세 가지 가치가 조직문화 속에 녹아 있어야 한다."


"인문학 소양없는 법조인은 그냥 法 기술자" 이건주 사법연수원 부원장이 '동양고전'에 담긴 지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우창 기자 smicer@asiae.co.kr


이 부원장은 동양고전에 판사, 검사 등 법조인은 물론이고 기업 CEO, 조직 기관장들에게 본보기가 될 내용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부원장은 중국 춘추시대 사상가인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에 실린 '위도일손(爲道日損)' 구절을 강조했다.


"앞으로 어떤 일을 추진할 때 할 것만 생각하지 말고, 하지 말아야 할 것, 버려야 할 것의 우선순위를 매겨야 한다." 발상의 전환에서 삶의 지혜를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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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원장이 배움의 길을 중단하지 않는 까닭은 '사람의 가치'에 대한 깨달음 때문이다. 지위와 관계없이 사람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가 갈등을 해소하는 지름길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존경받고 신뢰받는 리더의 특징은 (부하나 직원 등) 자기 앞의 존재를 진정한 인간으로 대접한다. 그것을 논어에서 한 글자로 표현한 게 어질 인(仁)자다. 바로 사람다움이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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