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러시아가 지난해 세계 각국 중앙은행 금 매입량의 3분의 1을 흡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29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지난해 금 순 매입량은 2013년 보다 13% 늘어난 461t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외환보유고 다변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각 국 중앙은행은 1971년 금본위제가 폐지된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많은 금을 매입했다. 2008년 이후 지난 6년 간 각 국 중앙은행이 매입한 금 규모만 1800t에 이른다.
특히 금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선 나라는 러시아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해 152t의 금을 순 매수했다. 시가 61억달러에 해당한다. 금 매입량은 2013년 보다 123%나 늘었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금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선 데에는 유가 하락과 서방국 제재로 자국 화폐가치가 폭락한 영향이 크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외환보유고의 달러 비중을 줄이고 금으로 다변화 하는 게 루블화 추락을 방어하는데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서방국의 제재 때문에 자국에서 생산한 금을 해외에 수출하기 힘들게 되자 이를 중앙은행이 매입해 보유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영향도 받았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러시아 중앙은행이 언제까지 금 매입 규모를 늘릴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루블화 가치 하락을 방어하는데 외환보유고를 써 버린 탓에 금을 매입할 실탄이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조만간 러시아가 금 순 매도국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FT는 1998년 외환위기 당시 러시아의 외환보유고가 100억달러 밑으로 고갈되면서 중앙은행이 금 보유량을 118t 줄이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던 사례를 상기시켰다.
지난해 말 기준 러시아의 외환보유고 규모는 3850억달러로 적은 양은 아니지만 1년 전 5000억달러 보다는 많이 줄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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