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러시아에 대한 국가 신용등급이 '정크'(투자부적격) 수준으로 강등되면서 루블화 가치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하락하고 국가 부도 위험이 높아졌다.
26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3대 국제 신용평가회사 가운데 스탠더드앤푸어스(S&P)가 처음으로 러시아에 대한 국가 신용등급을 정크 수준으로 강등했다. S&P는 러시아 신용등급을 기존 'BBB-'에서 'BB+'로 내리며 "러시아 금융 시스템이 약해져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이행 능력이 떨어지고 있으며 유가 하락으로 경제 성장 전망도 나빠졌다"고 밝혔다. 등급 전망은 '부정적'을 제시했다. 추가 등급 강등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S&P가 러시아 신용등급을 정크 수준으로 내린 것은 1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최근 유가 하락, 루블화 가치 추락, 서방국의 추가 경제제재 움직임에 따른 고통을 겪고 있는 러시아에 신평사들은 잇따라 신용등급 강등 결정을 내리고 있다.
무디스가 지난 17일 러시아 신용등급을 기존 'Baa2'에서 'Baa3'로 하향 조정했고 9일에는 피치가 'BBB'에서 'BBB-'로 한 단계 내렸다. 무디스와 피치가 아직 러시아에 대한 신용등급을 정크 수준까지 떨어뜨리지는 않았지만 모두 등급 전망에 대해 '부정적'을 제시한 상태여서 향후 추가 하향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FT는 러시아 중앙은행이 보유한 외환보유액이 현재 3790억달러 수준으로 부족하지는 않지만, 유가 하락과 서방국의 경제제재가 악화하면 외환보유액 증발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러시아가 루블화 추락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2014년 초 이후 현재까지 외환보유액이 1320억달러나 증발한 상황이다.
게다가 국제통화기금(IMF)이 러시아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3%로 예측한 것 처럼 러시아 경제가 본격적인 후퇴 국면에 진입하고 국가 신용등급 추락으로 회사채 시장에서 러시아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힘들어지면 러시아 경제는 지금보다 더 나빠질 수 밖에 없다.
루블화 가치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지난주 달러당 63~64루블 선에서 안정적으로 거래되던 환율은 이날 S&P의 신용등급 강등 직후 68.79루블에 거래돼 가치가 하루 만에 6.9%나 빠졌다.
러시아의 국가부도위험을 나타내는 5년물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은 589bp를 기록, 한 달 전 보다 113bp나 상승했다. 최근 6년래 최고치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