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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버핏인가]3-② "나에게 그레이엄은 교황이었고 멍거는 킹 목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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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그레이엄, 20세기초 금융공황 겪어
항상 최악의 상황 고려해 안전 마진 강조
찰리멍거, 버핏과 걸음걸이·자세까지 닮아
자문하면 30초만에 답변하면 만물박사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김민영 기자, 주상돈 기자, 김보경 기자] "그레이엄은 교황이었고 멍거는 킹 목사였다."

버핏은 인복이 많은 사람이다. 버핏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은 사람이 바로 벤자민 그레이엄과 찰리 멍거다. 그레이엄은 현재가치에, 멍거는 미래가치에 투자하는 눈을 키우도록 도왔다. 두 사람은 버핏에게 스승이자 파트너였고 평생에 걸친 동반자이기도 했다. 버핏이 영향을 받은 두 사람은 어떤 인물이었을까.


◆'가치투자의 대부' 그레이엄= 그레이엄은 '가치투자의 대부'로 불리는 존재였다. 그가 말하는 가치투자는 간단하다. 기업의 내재 가치가 시장에서 저평가됐을 때 주식을 사는 것이다.

그레이엄은 1894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다. 20세기 초반의 금융 공황과 불황을 몸으로 겪었다. 아홉 살 때 아버지가 죽고 열한 살 때 어머니가 투자한 주식까지 폭락하면서 가세가 크게 기울었다. 혹자는 '안전 마진'을 강조하는 그의 투자관은 경제대공황과 집안의 경제난 등을 겪으면서 생겨난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때의 경험 때문에 습관적으로 최악의 상황을 고려한다는 것이다.


컬럼비아대학교를 졸업한 그레이엄은 로스쿨 장학금과 철학ㆍ수학ㆍ영어 등 세 학과에서 강의 제안을 받았지만 광고업계에 뛰어 들었고 1914년 월스트리트에 입성했다. 시세판을 고쳐 쓰는 등 심부름꾼으로 주급 12달러를 받고 밑바닥에서부터 출발했다. 그리고 마침내 1926년 '벤저민 그레이엄 조인트 어카운트'를 설립했다. 그레이엄은 주먹구구식 분석이 아닌 기업의 재무제표를 연구하는 등 주로 수치를 분석하는 자기만의 기법을 개발했다.


투자에서 누구보다 탁월한 면모를 보인 그였지만 돈 벌기에만 급급한 투자자는 아니었다. "그분은 자기가 돈을 많이 가지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충분히 가지고 있기만 하면 된다고 보았죠. 1929년부터 1933년까지 그 힘들었던 시기를 거친 사람이었으니까요. 자기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만큼만 돈을 가지고 있으면 나머지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습니다." 그레이엄에 대한 버핏의 평가다.


숫자 이외에 그레이엄의 관심사는 예술과 과학이었다. 그레이엄은 시를 쓰기도 하고 브로드웨이의 극작가로 데뷔하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그의 생애에서 진정으로 친밀함을 느꼈던 친구들은 에드워드 기번, 베르길리우스, 존 밀턴 등의 작가들이었다. 그는 "내 주변에 살아 숨쉬는 사람들보다 나에게 훨씬 더 의미 있고 더 많은 인상을 남겼다"고 말할 만큼 고전문학에 탐독했다. 버핏이라는 걸출한 후계자(?)를 키워낸 그레이엄은 1976년 사망했다.


◆'평생 파트너' 멍거= 버핏은 멍거와 본인을 가리켜 '샴쌍둥이'라고 말했다. 닮은 점이 많아서다. 둘 다 걸을 때 자세가 구부정했고 걸음걸이는 어색했다. '합리성'과 '정직'을 최고의 가치로 삼은 점도 공통점이었다. 두 사람 모두 대중에게 설교하길 좋아했다. 멍거의 경우 연설에 워낙 심취한 나머지 다른 사람의 손에 이끌려 연단에 내려와야 할 때도 있었다고 한다.


1924년 태어난 멍거는 버핏보다 6살 많다. 멍거의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모두 법조인이었다. 원래 멍거 가문은 가난했으나 그의 할아버지 T.C 멍거가 연방 판사로 재직하면서 집안을 일으켜 세웠다. 덕분에 오마하 어디를 가든 멍거 가문 사람은 환영받았다. 그는 17세 때 미시건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했고 군 제대 후 하버드 로스쿨에 입학했다. 그리고 아버지의 뒤를 이어 변호사로 일했다.


버핏과 멍거는 1959년 처음 만났다. 버핏이 서른이 되기 전이었고 멍거는 30대 중반이었다. 버핏은 '버핏 어소시에이츠'라는 투자회사를 설립해 투자에 한창이었고 멍거는 '멍거 톨슨 앤드 올슨'이란 부동산 법률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만나자마자 서로에게 호감을 느꼈다.


버핏은 종종 멍거를 "좋은 시절의 주니어 파트너이자 어려운 시절의 시니어 파트너"라고 했다. 버핏은 주주들에게 보내는 편지에 항상 '찰리와 나는'이라고 쓴다. 멍거가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으로 있기도 하지만 버핏의 투자철학에 멍거가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1965년 법률회사를 접고 투자회사를 세운 멍거는 큰 사업을 좋아했다. 멍거가 보기에 그레이엄의 약점은 '미래에는 기회보다 위험이 더 많다'고 바라보는 태도였다. 멍거는 버핏을 담배꽁초 투자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애썼다. 또 멍거에게 자문하면 30초 만에 답변한다고 해서 버핏은 멍거를 '세계 최고의 30초 컨설턴트'라고 불렀다. 그레이엄과 마찬가지로 멍거 역시 숫자만 섭렵한 게 아니었다. 그는 만물박사였다. 경제ㆍ경영학은 물론 심리학, 생물학을 동원해 투자를 결정한다. 미래가치를 판단하는 능력은 여기서 비롯됐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버핏에게 한국 주식에 대한 투자를 권고한 것도 멍거다. 멍거는 2007년 주총 때 "한국에서 가장 좋아하는 기업은 신세계이며 가장 좋아하는 기업인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기도 했다. 버핏은 멍거를 '평생의 파트너이자 버크셔 해서웨이의 절반은 그의 공로'라고 높이 평가한다. 멍거는 "우리는 결혼한 관계"라는 한 마디로 둘 사이를 표현한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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