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한국 축구가 1960년 이후 55년을 기다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우승에 한 발 다가섰다.
대표팀은 26일 오후 6시(한국시간) 호주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이라크와의 대회 4강전에서 이정협(상주)과 김영권(광저우 헝다)의 연속골을 묶어 2-0으로 이겼다.
한국은 앞선 두 대회 모두 4강에서 고배를 마신 뒤 2전3기만에 결승에 올랐다. 특히 2007년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대회 준결승에서 이라크에 승부차기(3-4)로 져 정상 도전에 실패한 아픔을 되갚았다. 조별리그부터 다섯 경기 연속 무실점 승리도 이어갔다.
한국이 아시안컵 결승에 진출한 것은 1988년 카타르 대회 준우승 이후 27년 만이다. 대표팀은 오는 31일 오후 6시 같은 장소에서 호주와 아랍에미리트(UAE)의 4강전(27일 오후 6시) 승자와 우승컵을 놓고 격돌한다. 1956, 1960년 대회 우승 이후 통산 세 번째 정상 도전이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4-2-3-1 전형의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이정협을 내세웠다.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22일·2-0 승)에서 후반 교체 투입돼 폭풍 같은 질주로 손흥민(레버쿠젠)의 쐐기 골을 도운 차두리(FC서울)도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선발 출전했다. 공격적인 경기 운영으로 정규시간 안에 승리를 따내려는 슈틸리케 감독의 승부수. 이정협의 뒤를 받칠 공격형 미드필더는 남태희(레퀴야SC)가 맡았다.
좌우 날개로는 손흥민과 한교원(전북)이 나섰다. 중원은 기성용(스완지시티)과 박주호(마인츠)가 다섯 경기 연속 호홉을 맞췄다. 포백(4-back) 수비는 왼쪽부터 김진수(호펜하임), 김영권(광저우 헝다), 곽태휘(알 힐랄), 차두리가 자리하고, 골문은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이 지켰다.
탐색전이 진행되던 전반 20분 이정협이 선제골을 넣었다. 미드필드 오른쪽에서 김진수(호펜하임)가 길게 올린 프리킥을 문전 쇄도하며 헤딩슛으로 연결해 그물을 흔들었다. 그는 지난 17일 호주와의 조별리그 3차전(1-0 승)에서 국가대표로 첫 선발 출전해 결승골을 넣었고, 8강전에도 선발로 나갔다. 세 경기 연속 선발 출장한 가운데 결승 길목으로 가는 중요한 경기에서 득점을 추가하며 감독의 믿음에 부응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이근호(엘 자이시)를 첫 번째 교체 카드로 넣고 공세를 강화했다. 후반 4분 만에 대표팀의 추가골이 나왔다. 코너킥 상황에서 혼전을 거쳐 공중으로 솟구친 공을 이정협이 가슴으로 패스하자 김영권이 벌칙구역 정면에서 왼발 슈팅을 시도해 추가골을 넣었다.
두 골 차로 승기를 잡았으나 대표팀의 공세는 멈추지 않았다. 후반 35분 장현수(광저우 부리)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넣고 기성용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올려 경기 막판까지 상대를 몰아붙였다. 빠른 발을 앞세운 손흥민과 측면까지 아우르는 기성용의 경기 운영을 바탕으로 이라크 수비 진영을 휘저었다. 추가시간에는 기성용을 빼고 한국영(카타르SC)을 투입하는 여유를 보이며 무실점으로 승리를 따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