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불법 비아그라 성분 반입해 저질 홍삼음료 제작…제도 허점 이용 유통
비아그라 성분 혼합, 홍삼함유량은 0.13% 불과…원가 30배 폭리
서류로만 확인하는 수출제도 허점 이용 미국·오만 등 1억원 수출
본인·주변인 대상으로 '발기효과' 인체실험까지
권모 씨 등 2명 구속, 2명은 불구속 입건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 성분을 중국에서 불법으로 들여와 저질 홍삼음료를 제조·판매한 일당 4명이 서울시 특별사법경찰에 적발됐다.
서울시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출처 불명의 홍삼음료가 성기능개선 정력제로 둔갑돼 은밀히 유통되고 있다는 첩보를 받고 지난해 8월부터 수사에 착수한 결과 제조·판매업자 권모씨 등 2명을 구속하고 2명은 불구속 입건했다고 26일 밝혔다.
◆비아그라 성분 혼합해 저질 홍삼음료 제작·수출까지=시에 따르면 일당이 제조한 홍삼음료에는 홍삼 함유량이 0.13%에 불과했다. 대신 이들은 약간의 한약재와 발기부전치료제인 바데나필(레비트라 성분), 실데나필(비아그라 성분) 등을 혼합하고 1박스에 최대 18만원으로 판매하는 등 폭리를 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6000원(1박스 10병)인 제조원가의 30배가 넘는 금액이다.
피의자들은 국내에서 단속을 피하기 위해 인터넷이나 다른 홍삼제품 구매 시 끼워파는 형식으로 7600만원 상당의 매출을 올렸다.
판매과정에서 이들은 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제품에 제조업소명, 소재지, 연락처를 명기하지 않았다. 단속에 걸렸을 때 증거 서류를 남기지 않기 위해 제품 제조 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구두로 주문자생산(OEM) 계약을 하는 등 치밀함도 보였다.
◆제도 허점 이용해 정상 제품인양 수출=특사경 조사결과 피의자들은 서류로만 확인하는 수출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정부기관에서 인증받은 정상 제품인 양 국외로 판매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발급하는 영문증명서인 '위생증명서' '자유판매신청서'를 신청할 경우 별도의 검사 없이 서류만으로 발급한다는 점과 현행 규정상 발기부전치료제 성분 등에 대한 유해성 검사 의무규정이 없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이 때문에 피의자들은 저질 홍삼음료를 고려홍삼을 주원료로 한 정력제로 홍보해 오만, 미국 등 국외로 수출해 1억원 상당의 매출을 올렸다. 이들은 터키와 호주에도 해당 제품의 수출을 추진했지만 현지 당국은 실데나필과 바데나필이 허용되지 않는 위험물질이라고 통보, 수출을 취소하는 등 촌극을 빚기도 했다.
◆직접 마셔보며 '인체실험'까지…수사관 '당혹'=피의자 권씨는 피의자 자신과 지인들을 대상으로 직접 제품을 먹어보며 발기효과를 확인하는 등 인체실험까지 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들은 인체실험을 위해 하루 2~3병까지 음료를 마셨고, 음주·사우나·등산 같은 위험한 조건에서도 인체실험을 하는 등 무모한 실험을 하기도 했다.
주요 피의자 권씨는 조사과정에서 "소비자들이 표시내용을 확인하지 않기 때문에 홍삼성분 함량에는 별 의미가 없다"고 밝히는 등 뻔뻔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고 특사경은 전했다.
한편 특사경은 이 같은 혐의로 피의자 권모, 민모씨를 구속하고 나머지 2명은 불구속입건했다고 밝혔다. 피의자들은 식품위생법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최규해 시 민생사법경찰과장은 "외국에서 인정받고 있는 우리나라 대표 브랜드 홍삼제품의 인지도와 국내 수출 관련 규정을 교묘히 이용한 지능적인 범죄로 홍삼제품에 대한 신뢰도 저하가 우려된다"며 "부정 식·의약품사범은 시민건강을 위협하는 중대한 사안인 만큼 끝까지 추적 수사해 뿌리 뽑겠다"고 말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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