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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잃고 외양간 고친 ECB 양적완화 효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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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이 결국 미국, 일본, 영국이 그랬던 것처럼 전면적인 양적완화의 길로 접어들었다. 대규모 부양책이 공개됐지만 그 효과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히 남아있다.


사실상 ECB의 양적완화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친 격'으로 볼 수 있다. 우선 시점이 문제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국채 매입을 뼈대로 한 양적완화 의지를 밝힌 것은 2012년 7월 ECB 통화정책회의에서였다. 당시 그는 "유로존 수호를 위해 무엇이든 다 하겠다"고 말했고 두달 후인 9월 통화정책회의에서 유로존 국채 무제한 매입을 표방한 '전면적 통화거래(OMT)' 정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독일이 어깃장을 놨다. 독일은 자국 헌법재판소를 통해 OMT가 EU 조약에 위배된다며 유럽사법재판소(ECJ)에 제소했고 최근 ECJ는 OMT가 EU 조약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중간 평결을 내렸다.

논란으로 2년여를 허비하는 사이 유로존은 5년여만에 디플레이션 국면에 빠졌다. ECB의 양적완화 대응이 시기적으로 늦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이 때문에 과감한 정책 대응의 지연으로 유로존이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일본의 사례를 따를 것이라는 우려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일본의 정책 대응이 늦어 장기 디플레이션에 빠졌다는 점을 인식하고 2009년 과감한 양적완화 정책을 도입, 현재 그 수혜를 누리고 있다.


과감성, 즉 양적완화 규모에 있어서도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ECB는 매달 600억유로 규모의 자산을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의 앤드류 센턴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600억유로는 유로존 국내총생산(GDP)의 7% 수준이라며 영국중앙은행(BOE)이 매달 GDP의 20%가 넘는 자산을 매입했던 것과 비교된다고 지적했다. BOE는 미국 중앙은행(Fed)과 마찬가지로 2009년 양적완화에 돌입했고 매달 250억파운드의 자산을 매입했다. BOE의 과감한 양적완화 덕분에 영국 경제는 지금 유로존보다 훨씬 나은 상황이다.


센턴스는 "ECB의 자산 매입 규모가 예상보다는 크지만 유로존 경제 규모를 감안하면 크지 않다(modest)"고 꼬집었다. 매달 매입 규모 600억유로가 예상보다 크다는 평가도 있지만 시장 예상치가 500억~550억유로 정도였던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큰 차이는 없다고 볼 수 있다.


유로존 국채 매입에 따른 위험을 각 국 중앙은행(NCB·National Central Banks)이 부담토록 한 것도 논란거리다. 이번 양적완화는 자산 매입을 ECB가 아닌 NCB가 주도하는 구조다. 이는 손실 위험 공유를 거부한 독일의 입장을 반영한 것이다. 그리스 국채 매입에 대한 손실 위험을 그리스 중앙은행이 떠안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그리스처럼 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에 미치는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렵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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