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19일 새정치민주연합 탈당과 관련해 "정부여당이 실패했지만 야당이라도 제대로 있어야 대안과 희망을 가질 텐데 야당이 더 망가진 현실이 이것이 제가 당을 떠나서 국민모임신당에 합류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정 전 장관은 이날 MBC 방송 라디오 프로그램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박근혜 정부 아래서 많은 국민이 고통 받고 불행해졌지만, 야당의 존재감이 없었다"며 "야권 지지자들에게 '가만히 있으라'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곧 세월호 학생들에게 했던 말과 같은 소리로 들리지 않겠냐"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야당의 대안부재 상황에 대해 냉혹한 평가를 내렸다. 정 전 장관은 "사실 IMF 이후에 지금 18년째 계속 해서 불평등이 심해졌다"며 "과정에서 장사는 안 되고 취직도 안 되고 그리고 미래는 불안한데 정치 자체가 겉돌고 특히 야당이 겉돌고 있는 상황에서 기댈 곳이 없는 약자들은 어디 마땅히 의지처가 없게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새정치연합의 중도 강화론에 대해서 정 전 장관은 냉정한 비판을 내놨다. 그는 "새정치연합과 새누리당의 가치지향점이 멀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새로 합류하게 된 국민모임의 확장성과 관련해 현실 정치에서 소외된 국민들을 끌어안음을 통해 진보 정당의 큰 길을 열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전 장관은 "국민모임이 추구하는 신당을 다른 말로 하면 장그래 정당을 만들겠다 라는 것"이라며 "이런 길을 가게 되면 새롭게 국민의 지지가 모이지 않겠는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국민모임신당은 여러 개의 진보정당 가운데 또 하나의 진보정당, 갈림길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큰길, 대도를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영국 노동당의 예를 들면서 "영국의 노동당이 자유당을 제치고 1야당의 자리를 차지했듯 국민모임신당이 지향하는 것은 바로 이 새정치연합을 대체해서 제대로 된 대안 야당이 되겠다는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정 전 장관은 "경제학자들, 전문가들, 지금 이 경제난을 저성장 시대에 고통 받는 국민들에게 어떤 대안을 만들어줄 수 있겠는가 하는 그런 전문가들을 최대한 결집하도록 해서 구체적인 정책 대안과 노선을 가지고 국민들에게 다가가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 전 장관은 4월 보궐선거와 차기 대통령 선거 등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앞서 보궐선거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혔던 정 전 장관은 차기 대선에 출마 여부를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대해 "제 스스로가 무엇이 되겠다는 생각을 버린 지 오래"라고 밝혔다. 그는 "스스로를 빈배라고 생각한다"며 "저를 비워야 다른 사람들을 태울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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