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정부가 기업형 임대주택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해 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일본의 경우 1990년대 이후 잃어버린 20년 동안 기업형 임대주택사업이 크게 활성화됐다. 일본의 기업형 임대산업 연 매출액은 20조원, 종사자 수는 25만명에 이른다. 제법 규모가 큰 회사의 경우엔 30만~50만가구나 관리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기업형 임대주택 업체가 평균 87.5가구를 관리하고 있어 상당한 차이가 난다. 우리가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지 못한 후진적 상태로 관련 산업이 유지돼 왔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우리나라도 금융위기 이후부터 건설물량 감소와 미분양 등으로 고전하기 시작하며 건설업계를 중심으로 일본의 주택임대업 성장에 큰 관심을 가져온 것이 사실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도 한국적 모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온 가운데 정부가 제도를 잘만 운용한다면 기대하는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사업활성화를 위해 마련한 내용은 규제완화와 택지지원, 자금 및 세제지원, 인프라 지원으로 구분된다. 민간의 사업 참여를 늘려 중산층 대상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한 지원책이다. 기업들의 사업 리스크를 줄이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방안이 포함됐다. 당장의 전세난 해소는 역부족이겠으나, 중장기적으로 중산층의 임대난을 해소하고 임대주택산업의 선진화도 달성함과 동시에 임대주택에 대한 인식전환도 가능할 것으로 보여 기대가 크다. 다만 정부가 기대하는 효과를 보려면 몇 가지 유념해야 할 것이 있다.
첫째는 기업형 임대주택의 초기 임대료와 입주자격이다. 정부는 민간사업자의 사업성 보장과 임대료 시세파악의 곤란함을 이유로 들어 제약을 두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몇 년 전엔 서울시의 장기전세주택(시프트)에 억대 고액 연봉자가 거주한 것이 드러나 문제가 됐다. 이후 서울시는 입주자격에 고소득자는 배제하는 제도를 서둘러 도입했다. 애초에 시프트도 오세훈 시장이 중산층의 주거문화를 소유에서 거주로 바꾸겠다는 원대한 목표에서 출발했으나, 정부 세금으로 고소득자를 지원한다는 여론의 비난에 입주자격을 바꿨다. 기업형 임대주택은 정부에서 거의 전방위적으로 혜택을 주는 제도이므로, 적어도 초기 임대료와 입주자격만큼은 사업성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기준과 관리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두 번째로 지금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정책을 빨리 가다듬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당장 추진할 주체는 아무래도 건설업체일 가능성이 높은데, 건설업체는 기존 사업 관행상 장기 투자를 꺼려한다. 그렇다면 건설업체가 투자비를 조기에 회수하거나 유동화할 수 있는 방안이 좀 더 구체적으로 나와야 사업 참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세 번째로 과도한 인센티브 부여로 인한 특혜시비 문제다. 공공택지와 공공부지, 그린벨트까지 저렴하게 팔고 기금에서 저리로 지원하며, 세금은 적게 부과하는 등 기존보다 훨씬 파격적 지원을 할 예정이다. 문제는 이렇게 혜택을 받은 임대주택사업자가 최소 의무기간이 지나 매각할 때 과도한 수익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과거 사회간접자본(SOC) 민간투자 사업처럼 과도한 수익이 발생할 경우 정부에서 일부 환원하는 것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제도의 성공을 위해서는 시범사업이 중요하다. 지금 상태에서는 잘 될지, 안 될지 판단이 곤란한 부분이 많다. 그러므로 실제 공공과 민간이 특정사업을 선정해 시범적으로 추진해본다면 제도개선을 통해 실효성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과정에서 공공의 전향적인 역할이 필요한데, 사업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바뀌어야 사업의 성공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정책이 성공한다면 임대주택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됨은 물론이고 주택에 대한 인식도 소유와 투기 대상에서 삶터로 전환될 것이다. 정책실현에는 어느 정도 우여곡절이 있겠으나 이번에는 좀 순조롭게 출발하기를 기대한다.
심교언 건국대부동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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