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글로비스 블록딜 불발 후폭풍
모비스 10%↑, 지배구조 개편 중심으로 급부상
글로비스 15%↓, 블록딜 물량 부담에 불발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이현우 기자]현대차그룹의 경영권 승계 밑그림이 시장에 드러난 가운데 지배구조 이슈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 주가가 희비 쌍곡선을 그렸다.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실탄으로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한 지주회사 체제 강화로 승계구도가 그려지면서 물량 부담 악재가 돌출된 현대글로비스는 하한가로 직행한 반면 현대모비스는 지배구조 개편 최대 수혜주로 부각되며 급등했다.
13일 코스피시장에서 현대글로비스는 오전 9시42분 현재 개장하자마자 전일대비 가격제한폭(15%)까지 내린 25만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반면 현대모비스는 전거래일 대비 10.08% 급등한 26만2000원을 기록중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부자는 전날 씨티그룹을 통해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현대글로비스 주식 502만2170주(13.4%)에 대한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를 추진했다. 수요예측 진행 결과 시가 대비 7.5%~12%의 높은 할인율 적용에도 불구 1조5000억원에 달하는 물량 부담으로 거래가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지분 매각 시도가 내부거래 비중 축소 차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 합병을 통한 지주회사 체제를 통해 현대차그룹 오너 일가가 승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차그룹은 경영권 승계를 위한 오너 일가 지분율이 취약한 것으로 지적된다. 그룹 순환출자의 정점인 현대모비스의 경우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정몽구 회장이 6.96% 지분을 보유했을 뿐 정의선 부회장은 단 한주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그동안 글로비스 최대주주인 정 부회장(지분율 31.88%)이 해당 지분을 활용해 승계 구도를 갖출 것으로 전망하는 견해가 많았다.
특히 이번 블록딜 추진으로 정 부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 확보 의도가 어느 정도 드러난 만큼 향후 합병 지주 설립까지는 아니더라도 블록딜 재개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 현대모비스는 경영 승계 윤곽이 상당부분 구체화되면서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현대글로비스가 물량부담(오버행)에서 자유롭지 못한 가운데 현대모비스가 순항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준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매각 실패로 오너프리미엄이 급격히 약해지며 현대글로비스 주가가 대폭 빠진 것으로 풀이된다"면서 "현대모비스의 경우 합병 여부 등은 단정짓기 어렵지만 승계와 관련, 지분 매수가 지속될 것은 확실한 만큼 주가 상승 여지는 커졌다"고 분석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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