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C학점을 주겠다." 최근 대학가 대자보를 통해 'F학점'을 받은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충남대학교 학생들과의 만남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90분 가운데 60분 이상을 최 부총리의 발언에 할애해 사실상 '정책설명회'화 됐고, 대학생들의 고민인 취업난과 불안정한 일자리, 사회양극화 등에 대해 제대로 된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는 평가다.
최 부총리는 8일 대전광역시에 위치한 충남대학교 중앙도서관 1층 카페를 찾아 대학생 12명과 90여분간 만남을 가졌다. 앞서 대학가에 최경환경제팀의 경제정책을 비판하는 대자보가 확산되자 "생각이 같을 순 없다. 대화의 기회를 갖겠다"고 말한 데 따른 후속행보다.
최 부총리는 "단군이래 최고 스펙을 가졌다는 청년들이 제대로 된 직장을 가지기 힘들고 대학등록금이 빚으로 남는 상황을 걱정하고 있다"며 "참여와 비판이 고맙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오죽 답답하고 힘들까 하는 생각이 들어 미안하기도 하고 경제정책 총괄자로서 어깨가 무겁다"고 말했다.
◆"취업난 막막하다" 대학생들 고충 토로=이날 '캠퍼스 톡'에 참석한 대학생들은 최 부총리에게 창업, 취업과 일자리 등 '삼포세대'의 고충을 털어놨다. 삼포세대란 취업난과 불안정한 일자리, 학자금 부담, 집값 상승 등 사회적 압박으로 인해 연애, 결혼, 출산 등 세 가지를 포기한 청년층을 일컫는 신조어다.
이솔(31·경영학과 4학년)씨는 "실패에 대한 사회적 용인이나 전문가의 지속적인 조언없이는 창업이 쉽지 않다"며 "젊은 층도 세금을 더 내고 싶지만 못내는 이유는 그만큼 못벌어서다. 중소기업을 가라고 하는데 사실 참 막막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복학 후 취업을 준비중인 신권수(29·정치외교학과)씨 역시 "기성세대 분들은 젊은이들이 눈높아져서 대기업을 선호한다고 하는데 청년들이 단순히 대기업 명예나 허영으로 선호하는게 아니다"라며 "대기업이 아니라도 임금과 복지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중소기업에는 구직자들이 많이 몰린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최 부총리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중소기업과 대기업 이 양극화 현상이 심각하다"며 "우리사회를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서 격차가 없을순없지만 줄여나가는 것이 정부의 정책방향"이라고 답했다.
강승묵(28·소비자생활정보학과 4학년)씨는 "산학협력사업에서 지원이 일부학과로 제한돼있어 양극화를 만들어낸다"며 "모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고, 최현익(28·소비자생활정보학과 4학년)씨는 "비이공계는 현장경험 기회가 매우 적다"며 "지방과의 양극화 현상은 어떻게 완화시킬 것이냐"고 질문했다.
최 부총리는 "학과 제한 등은 가급적 없게 하겠다. 인문계 전공자의 취업난이 심각하기 때문에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인력 미스매치를 줄이고 현장맞춤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프로그램들을 지방 등에서 많이 실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예진(24·중어중문 4학년·여)씨는 정부가 추진하는 해외인턴 프로젝트 K무브를 언급하며 "(학생이)자비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적지 않다는 게 실질적으로 성과가 미미한 원인"이라며 "현지 물가수준에 적합한 급여지원 등 안정적 환경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최 부총리는 "예산이 한정돼있어, 학생수를 늘리느냐 지원규모를 늘리느냐 선택의 문제"라고 답해 사실상 지원확대가 어려움을 시사했다.
◆'정책설명회' 비판도…참가학생 "C학점 줄 것"=이날 최 부총리의 답변 대부분은 정부 정책을 설명하는 데 할애됐다. 특히 90분 가운데 60분 이상이 최 부총리의 발언으로 채워져 당초 '젊은이들과의 소통'이라는 취지와 다른 '정책설명회'가 됐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대학생들의 고민에 대한 답변도 원론적인 수준에 그쳤다. 오히려 의료민영화, 노동시장 구조개선 등에 대해서는 최 부총리의 해명과 열변이 이어졌다.
최 부총리는 "비정규직 수를 줄이며 임금격차를 줄여나가겠다는 것이 큰 방향성"이라며 "그렇게 하려면 임금체계 유연성 등이 전제되지 않으면 기업 부담만 키우기 때문에 노사정 대타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논란이 된 정규직 과보호, 비정규직 사용연한 연장, 노동 유연성 확보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선 것이다.
또한 그는 서비스업 활성화와 규제완화 필요성을 설명하며 "의료, 법률 등에 진입을 제한하니 일자리가 안생기는 것"이라며 "규제를 완화해야하는데 이념적으로 자꾸 접근한다"고 불만도 토로했다. 그는 "외국 환자 1명을 유치하면 1억원이 우리나라에 떨어지는데 그걸 '의료영리화' '의료민영화'라고 한다"며 "의료민영화는 서울대나 국립의료원을 파는 것"이라고 언성을 높였다.
이어 "내가 대학생이라면 서비스규제 왜 완화안하냐 우리도 진입해서 일할수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겠다"며 "내 일자리와 어떻게 연계가 되는지 관심을 갖고 얘기해주면 사회분위기, 규제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에 참가한 한 학생은 최 부총리와의 만남에 대해 점수를 매겨달라는 요청에 "조금 높게 C학점을 주겠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학생은 "정책과 관련해 비판하고 격론을 벌일 수도 있지만, 지금 가장 실질적으로 고민되는 분야를 질문했다"며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의미 있는 자리였다"고 소감을 전했다.
최 부총리는 '캠퍼스 톡'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충남대 학생들뿐 아니라, 최근 대자보를 통해 정부정책을 비판한 학생들과도 만나 소통의 시간을 갖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는 "기회가 되면 (대자보를 작성한 학생들과도) 만나겠다"며 "(학생들과) 진솔하게 대화를 나눠보니 소통 잘되고 좋았다"고 소감을 말했다.
한편 경희대, 성균관대, 고려대 대학생 등으로 구성된 '최경환 경제정책을 비판하는 대학생 일동'은 9일 오전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이에 앞서 지난달 초 연세대와 고려대에 최 부총리의 '정규직 과보호' 발언을 비판하는 '최씨 아저씨께 보내는 협박편지' 대자보가 붙었고, 같은 달 30일 경희대에서는 시험지 형식을 빌려 최 부총리가 추진 중인 정책에 'F학점'을 매긴 대자보가 등장한 바 있다.
대전=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